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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너도나도 스마트워크…경영은 좀 나아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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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단말기 기술은 스마트오피스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기술적 기반이다


스마트워크(Smart Work)는 종래의 출퇴근 방식과 사무공간에 구속받지 않고 유연한 작업 환경을 통해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사무실 내에서 적용하는 경우 스마트오피스(Smart Office)라 부른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원격지, 자택, 또는 이동 중 IT수단을 이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포함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단말기 기술이 스마트오피스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기술적 기반이 됐다.

미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원격근무 확대 정책을 실시했다. 일본도 2000년대에 접어들어 원격근무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우리 정부도 서울, 분당, 수원, 일산 등 거주지형 센터와 세종청사, 서울청사, 과천청사 등에 출장형 센터 14곳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스마트오피스 확산을 장려하는 이유는 출퇴근 이동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는 여성 공무원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경력 단절을 막자는 취지도 컸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정부 부문 스마트워크센터 이용률은 대단히 저조하다.

민간부문에서는 2000년대 삼성SDS가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자사는 물론 삼성 계열사에 보급함에 따라 이를 바탕으로 싱글 오피스와 자율출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하는 직원들의 여유시간이 94분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IT기반이 아니더라도 스마트워크 시스템은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 자율출근제는 이미 많은 기업이 오래전부터 채택해왔다. 지정좌석제의 폐지도 그렇다. 유한킴벌리 직원은 자신의 사물함에는 필요한 물건만 저장하고, 출근하는 대로 적절한 자리를 찾아 앉는다. 과거 지정좌석제를 채택했을 때는 공석율이 절반을 넘었다. 이동좌석제를 도입한 뒤 더 많은 인원을 훨씬 더 작은 면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것은 비용절감이 아니다

현재의 스마트워크는 주로 비용절감에 초점을 둔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일 뿐 결코 미래의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주어진 일의 효율성(efficiency)을 높일 수는 있어도, 새롭게 해야 할 일을 찾아내서 그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성(effectiveness)을 이룩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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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마트 워크는 주로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둔다.


스마트워크로 현재의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그 조직의 지속성장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그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제는 스마트워크를 통해 표면의 비용을 절감한 것처럼 보여도 대개 다음 해의 실제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에는 눈에 띌 만한 변화는 없다는 것에 있다. 과거에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했던 수많은 기업이 그것만으로 경영상황이 특별히 호전되거나 악화되지는 않았다.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다른 데 있다.

경영의 성과는 항상 탁월성에서 나온다. 탁월성은 남들보다 뛰어나는 데 있다. 대개 ERP를 비롯한 전산투자는 순식간에 누구나 다 하는 것이 되고 만다. 잠시 누렸던 탁월성은 결코 유지되지 않는다. 스마트해지는 것은 단순히 기업 내부에 대한 IT 투자나 사무공간, 근무조직 같은 내적 배치를 바꾸는 데서 나오기는 힘들다. 내부 투자, 내부 변화는 그런 외부의 고객 창조에 기여할 때 비로소 ‘스마트’하다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렇지 않은 내부의 변화는 무의미하다.

영국 언론사 데일리 텔레그래프 편집국은 방사형 좌석 배치의 통합 뉴스룸(Integrated Newroom)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편집국장이나 수석 편집자가 한 가운데에 모여 있고, 이를 중심으로 데스크가 방사형으로 배치돼 있다. 한 회사가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매체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데스크에서 시시각각 생산되는 뉴스들을 어느 매체에 게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이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BBC나 독일의 디 벨트도 이런 방식을 취했다. 이런 방식은 고객에게 전달되는 것은 매체가 아니라 콘텐츠여야 하며, 매체의 선택은 그 다음이라는 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외부에 존재하는 목적에 맞춰 내부의 공간배치 및 의사소통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라야 진정 스마트한 것이다.

미국의 전자유통기업 베스트바이는 ‘결과 중심 업무환경(Result-Only-Work-Environment)’ 구축을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하는 핵심 구호로 내세웠다. 오직 결과만을 중시하는 작업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과 업무 공간 배치를 비롯한 여러 제도는 일의 결과를 낳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그 형태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철학이다. 결과를 중시하는 이런 표현은 스마트워크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대표적 경영 전략서의 제목은 ‘결과를 위한 경영(Managing for Results, 1964)’이기도 했다. 경영이란 결국 여러 지식을 종합해 결과를 낳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분의 사람은 ‘스마트’라는 표현이 등장하면 일단 클라우드나 모바일 IT 기술을 떠올린다.

만일 스마트워크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수단 자체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접근은 대개 비즈니스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한다.

정부나 기업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워크센터를 구축하고 모바일 기기를 보급해도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거나 업무 성과도 종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이는 결과가 아니라 수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에도 한 차례 유행이 있었다. 기업들이 IT 수단으로서 경영정보시스템(MIS), ERP, 지식관리시스템(KMS)을 도입하기만 하면 마치 생산성이 당장 10~20% 향상될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 자체가 신시장 개척과 혁신을 통한 성장에는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다.

스마트오피스가 조직이 이루고자 하는 결과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말은 분명히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면 스마트오피스의 또 다른 중요한 본질을 놓치기 쉽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첫째, 무엇을 ‘결과’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늘 해오던 관행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종래에 2개월 걸리던 것을 스마트워크시스템 하에서 1개월에 완수하는 것을 결과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아니면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어 남는 시간만큼 자기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을 결과라고 불러야 할까? 추구해야 할 결과의 방향이 분명히 정해지면 필요한 일과 자원은 그에 따라 결정된다. 이동근무나 재택근무는 필요한 일의 내용이 아니라 그런 일을 하는 형식에 불과하다.

둘째, 스마트오피스가 조직 안팎에서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정말로 기여하는가를 재고해야 한다. 화상통신이든 텍스트 통신이든 IT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질과 양은 한 공간에서 대면 의사소통을 할 경우에 비해 효과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일하는 사람이 모임에서 분리돼 있으면 아무리 IT기기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한다고 해도 정작 오고 가야 할 중요한 정보 중 많은 부분이 누락되기 쉽다. 이는 고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의 목적이 개별 구성원에게 분명히 인지되어 있고 그것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 사업이라면, 독립공간에서 개별적으로 일하는 것이 분명히 조직의 목적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성격의 사업은 모여서 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또 조직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지 지식이나 기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기, 분위기, 안정감, 그리고 소속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표정과 몸짓은 물론이고 일하는 모습까지도 개인에 대한 동기부여와 업무의 방향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터에 구축된 자신만의 데스크 공간은 구성원에게 안정감과 소속감을 준다. 하지만 스마트워크의 IT시스템을 통해 분산된 개인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은 오직 비트화된 정보에 한정된다. 노동자들에게는 유목의 속성 못지않게 정착의 심리도 중요하다. 경영자는 스마트오피스가 결코 해줄 수 없는 이런 역할을 오프라인 조직을 통해 충분히 보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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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기나 분위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IT는 경영혁신의 수단일 뿐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보면서 스마트워크가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기존의 전형적인 응급실의 모습은 마치 한 동의 천막 아래 온갖 종류의 부상자가 모여서 신음하는 야전병원과 같았다.

대개 환자의 증상과 질병을 불문하고 모든 긴박한 환자를 한 곳에서 접수한다. 미래의 병원 응급실에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병원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환자의 상태를 신속하게 판별해 어느 구분된 구역으로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구조를 설계할 것이다. 더구나 병원의 건물 형태나 질병별 진료공간의 구조도 그 목적에 맞게 달라지는 방향을 취할 것이다.

물론 아직 현실과 제도의 여러 제약이 많겠지만, 미래에 스마트 의료 시스템의 발전 가능성은 검진, 예방, 치료의 모든 영역에서 무궁무진해 보인다.

최근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하는 사업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과거의 조직설계(Organization Design) 전문 컨설턴트의 역할을 서서히대체하고 있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중심으로 하는 개발과 시스템 구축에 치중하던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은 스마트오피스 구축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으며, 예전에 주로 미적인 요소에 치중하던 오피스 인테리어 디자인도 비즈니스의 목적에 맞는 사무실 설계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변화에서 IT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사업의 목적과 노동자의 심리라는 요소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경영자라면 사업이 추구하는 결과의 상태가 과연 무엇인지, 혁신과 과업 수행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심리 동기는 어떤 모습인지 스마트 IT기술의 도입보다 앞서서 질문해야 한다.

글 송경모 미라위즈 대표

[본 기사는 테크M 2015년7월호 기사입니다. 최신 ICT 트렌드에 대한 다양한 기사를 매거진과 테크M 웹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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