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팩트체크] 우리나라 기상청 '날씨 예보' 성적 어땠나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앵커]

오늘(29일) 팩트체크의 김필규 기자가 어찌 보면 쉬워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즉, 우리 기상청이 내놓고 있는 기상예보가 믿을 만하냐 하는 문제입니다.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문제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당장 최근의 태풍 예측에서 우리 기상청의 성적이 어땠습니까?

[기자]

지난 13일 왔던 9호 태풍 찬홈의 예상진로를 보실 텐데요.

상륙 사흘 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중국 내륙으로 갈 걸 예상했고 일본이 그보다 약간 동쪽, 미국이 서해 쪽을 예상했는데 결과적으로 미국이 가장 근접하게 맞췄습니다.

이어서 온 12호 태풍 할롤라의 경우를 보면 사흘 전 예측한 경로가 한국은 오키나와 쪽, 일본과 미국은 한반도 관통을 예상했는데요.

[앵커]

한국은 일본 쪽으로 갔으면, 일본은 한국 쪽으로 갔으면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공교롭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이 가장 정확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이 예상진로를 수정해 결국 3국 다 못 맞춘 셈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최근 사례만 놓고선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데,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23번의 태풍에 대해 얼마나 정확하게 맞췄나 집계해본 게 있습니다.

48시간 전에 한국이 예측한 진로의 오차가 한국은 평균 172㎞. 일본보다 약간 잘 맞췄고 미국보다는 좀 떨어진 모습입니다.

다른 시간대의 예측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고요.

[앵커]

저걸 보면 한국, 일본보다 미국이 조금 더 정확하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셈이 됐잖아요. 그렇다면 차라리 미국 예측치를 가져다 쓰자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기자]

인터넷에서 그런 이야기 많이 나왔는데요.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는 게 기상청의 이야기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권영철 본부장/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 미국 태풍 예보하는 기관이 몇 개 있거든요. NHC라고 내셔널 허리케인센터는 미국 본토에, 그리고 아시아 쪽 태풍예보는 JTWC라고 해서 군사적 목적으로 예보하는 거죠. 한국 같은 경우는 태풍 예보를 금방금방 바꾸기가 힘들죠. 의사결정 하는 기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자꾸 바꾸면 의사결정이 힘들어지니까.]

그러니까 일본과 한국은 방재에 초점을 맞춘 예보를 하기 때문에 군사적 목적에 맞춘 미국 예보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얘기만 듣고 나면 굉장히 많은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데요. 그럼 방재형으로 막는 것과 군사적으로 막는 것이 뭐가 다른 것이며, 군사적으로 막는 것이 그때그때 상황 변화에 따라 바꿔주는 것이라면, 오히려 그것을 우리가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보다 더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서. 그런데 이분은 왜 반대로 얘기하고 계신 걸까요?

[기자]

이거는 어떤 기본적인 계산법, 그리고 모델 차이인 건데요. 군사형이라고 하면 해군이나 공군의 병력 이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변경할 수 있도록 모델이 돼 있는 것이고요.

방재형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재난 대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으로 예측하는 모델이다, 그런 설명입니다.

[앵커]

글쎄요, 설명은 그렇게 나왔는데, 아마 많은 분들이 '군사형으로 하는 게 훨씬 더 정확하겠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드린 질문이었습니다. 조금 더 그분께 한번 여쭤보도록 하죠. 일종의 숙제가 돼버렸네요.

그런데 아까 보니까 시간대에 따라 예측하는 진로오차가 100㎞, 170㎞ 이렇게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건가요? 170㎞라면 사실 굉장히 큰 오차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48시간 기준으로 172㎞라는 말씀드렸죠.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 부산에서 일본 후쿠오카 정도의 거리인데, 그러면 이틀 전까지도 태풍이 부산으로 갈지, 일본으로 갈지 알기 힘들다는 거니까 좀 부족한 면이 있죠.

그래도 해마다 보면 예측방식을 개선하면서 이 오차가 점점 줄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태풍의 변동성이 큰 데다가 대륙과 달리 바다 위에는 관측소를 일일이 세우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어느 나라든 태풍의 예측 정확도를 더 높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앵커]

그러면 태풍은 그렇다 치고, 다른 예보는 어떻습니까? 흔히 우스갯소리로 '기상청 운동회 날에는 우산 챙겨나가야 한다'는 말도 하잖아요?

[기자]

각국별로 예보시스템의 성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평가한 지표가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EU가 90으로 1등이고 영국이 89로 2등, 미국과 한국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보면 나머지 국가들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점수 차이가 그렇게 크게 나지는 않고요.

실제 수퍼컴퓨터를 동원해 전 지구적인 예보시스템을 자체 운영하는 곳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10곳 정도밖에 없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가요? 우리가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한다는 얘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케이웨더의 반기성 센터장은 "실제 한국의 예측 수준도 높지만, 이 정도 투자하는 나라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순위를 매긴다면 상위권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자꾸 틀리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건 왜 그런 걸까요?

[기자]

정서적인 요인도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 이야기였는데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중요한 날, 추석이나 설 연휴, 크리스마스 같은 때 날씨를 잘 맞히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또 태풍이나 폭설 같이 사계절 안에 치명적인 날씨가 다 있다 보니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는 건데요.

지금 우리가 장비는 좋지만 그걸 활용하는 예측 모델은 영국 것을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맑은 날까지 포함해 평균적으론 잘 맞을지 몰라도 결정적일 때 예측이 잘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나오고 있는 거고요.

[앵커]

영국 모델이 잘 맞춘다고 하니 가져다 쓰긴 쓰는데, 영국의 지정학적 조건이 우리와 다르니까 잘 안 맞는 경우가 생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한국형 예측모델은 못 만드나요?

[기자]

한국형 예측모델을 만드는 작업이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9년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인데요.

그러면서 더 정확한 예보를 위해 신형 수퍼컴퓨터도 조만간 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번 수퍼컴퓨터 구입 당시 "수백억 들여 사지 말고 차라리 관절염 있는 나를 채용하라" 이런 이야기도 나왔었는데요.

우리 기상예측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앵커]

하긴, 제가 고등학교 때 같이 다니던 친구 아버지가 기상청 통보관이셨는데, 그 친구가 우산을 들고 오는 날은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얘기했었는데, 우스갯소리이고, 또 그건 70년대 초반 얘기니까요. 지금은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겠죠.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김필규 기자

JTBC, DramaHouse & J Content Hub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DramaHouse & Jcontent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