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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 예능 누가 요리하죠?… PD 쫓아 케이블 가는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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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나영석 손잡고 tvN으로… 유재석도 옛 제작진 있는 JTBC행

대중은 출연자보다 연출자 주목… 지상파, 톱스타 끌어오기에 급급

여기 두 가지 뉴스가 있다. 하나는 방송인 유재석이 지상파의 새 주말 예능 MC를 맡는다는 것, 다른 하나는 유재석이 나영석 PD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을 꾸리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가상의 뉴스이긴 하나 어느 것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까. 두말할 필요 없이 후자다.

이 같은 변화는 예능의 초점이 스타 중심에서 기획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인물보다는 생산자의 기획력에 대한 대중들의 주목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최근 방송가에서 일고 있는 톱스타들의 잇단 탈지상파 행렬도 같은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지상파가 여전히 톱스타 중심의 인물 섭외에 집착하는 등 관성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사이, tvN 등 케이블 채널이나 JTBC와 같은 종합편성채널이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고 트렌드를 제시하며 톱스타들을 흡수하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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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인 강호동은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tvN 예능 <신서유기>에 합류했다. 유재석과 함께 양대 MC로 꼽혀온 그가 케이블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신서유기>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방송이라는 점에서 강호동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나 PD는 그동안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을 통해 독창적인 예능 영역을 구축해왔다. 지상파의 기존 예능이라면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을 중견 배우들을 캐스팅해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자신의 색깔이 뚜렷했던 강호동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

앞서 유재석 역시 JTBC행을 결정했다. 그는 과거 KBS2 <해피투게더>를 함께했던 윤현준 PD의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에 출연한다. 작곡가 유희열도 출연을 확정했다. 그는 KBS의 새 예능 출연은 고사했다. 개그맨 박명수도 JTBC 새 예능 <연쇄쇼핑가족>을 시작한다. <썰전>을 연출한 김수아 PD가 맡은 이 프로그램은 토크쇼와 드라마를 섞은 독특한 포맷을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지상파는 톱스타 출연자를 끌어오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방송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케이블 채널이 신선하고 구체적인 기획안을 제시하며 섭외 요청을 하는 것과 달리 지상파 방송사들은 뚜렷한 방향성도 없이 그저 안면과 인맥에만 의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가 최근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필두로 한 예능을 편성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미 다른 방송에서 예능 대세로 떠오른 그를 뒤늦게 섭외하긴 했지만 그가 꾸리는 방송이 어떤 콘셉트가 될지는 아직도 불분명한 상태다. 그저 요리를 주제로 한 방송의 심사위원을 맡게 된다는 것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그는 이미 올리브TV <한식대첩>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더 이상 예능이 톱스타 중심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케이블을 중심으로 여러 프로그램에서 증명되고 있다. 특히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외국인들의 대화가 중심인 JTBC <비정상회담>이 대표적인 사례다. tvN과 올리브TV에선 여러 셰프를 스타로 키워냈다. 이들은 현재 지상파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예능에서 섭외가 가장 중요했다면, 이젠 제작진이 큰 틀에서 기획을 하고 출연자를 일종의 ‘배우’로 쓴다”며 “이젠 ‘누가 출연한다’보다는 ‘누가 연출하는 방송에 누가 출연한다’는 이야기가 돼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제작진 자체가 브랜드이자 주요한 마케팅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지상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지상파는 아직도 톱스타를 섭외해오면 주목도가 높은 시간대에 편성한다”면서 “톱스타 자체를 좋은 콘텐츠라고 여기는 착각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지상파 예능 PD는 “이제는 두루뭉술한 프로그램보다는 명확한 타깃에 맞춰 기획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더딘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지상파가 발 빠르게 대응 못하는 상황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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