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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모카커피 본고장 예멘, 내전 4개월에 커피향은 간데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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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예멘 책임자 "의약품 부족·가정파괴 등 예멘인 고통 극심"

연합뉴스

내전 발발전인 2013년, 예멘 사나 남부 해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예멘 어린이들. 2013.10.25(AP=연합뉴스DB)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예멘 내전이 꼭 넉 달이 되던 26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극적인 사진 한 장이 전파됐다.

이 사진은 빛이 보이지 않는 예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10살도 안 돼 보이는 소년의 두 눈은 피에 젖은 붕대로 가려져 있고, 소년의 왼쪽엔 병상이 보인다. 침대에 누운 사람은 시력을 잃은 이 소년의 숨진 어머니라는 게 사진에 딸린 설명이다.

이 사진은 폭격당한 예멘 서남부 모카시의 한 병원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세계 최고급 커피 '예멘 모카'를 수출하던 도시에는 향긋한 커피 향 대신 전쟁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이다.

예멘의 상황은 지난해 9월 북부 시아파 반군 후티가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 예멘 정부와 정치적 협상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가 했지만 결국 반군은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했다.

반군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확신한 사우디아라비아는 3월26일 예멘을 전격 공습하면서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넉 달이 지났지만, 유혈 충돌과 공습은 정도를 더해가기만 할 뿐 휴전 협상이 시작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내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예멘 국민 차지다. 그렇지 않아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예멘은 내전이 길어지면서 점점 죽어가고 있다.

목숨을 걸고 예멘에서 긴급 구호활동을 벌이는 국제단체가 전쟁통에 예멘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그중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MSF)가 대표적이다. MSF는 내전 뒤 아덴, 알달리, 타이즈 등 8개 도시에서 국제 활동가 50명, 예멘 직원 663명과 함께 의료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MSF 예멘 책임자 콜레트 가드네가 보내온 답장은 긴박한 형편을 반영하듯 짧았지만, 내용은 무거웠다.

그는 "내전이 악화하면서 병원이 문을 닫아 부상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식량, 의약품, 연료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게 부족하다"며 "응급 환자 뿐 아니라 투석처럼 만성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당뇨병 환자의 약이 특히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정이 파괴되는 게 심각하다고 했다.

가드네는 "학교를 못 가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며 "전쟁 초기 아이를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먼저 보낸 경우가 많았는데 이후 공습과 전투로 도로가 끊겨 부모와 아이가 만날 수 없어 이산가족이 됐다"고 우려했다.

유니세프 중동·북아프리카 지부는 지난 넉 달간 예멘 어린이 365명이 죽고 484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가드네는 "이번 주 북부 사다 주(州)의 알잠후리 병원에 온 사망자가 모두 19명이었는데 그 중 어린이가 8명이었다. 7월19일에도 남부 아덴의 다르사드에서도 어린이가 폭격으로 많이 죽었다"고 안타까움을 전해왔다.

그는 하루하루 부상자 치료와 긴급 구호활동에만도 벅차지만 당장 오늘 내전이 멈춘다고 해도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엔 몇 년이 걸릴지 모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내전을 떠난 피란민이 돌아온다고 해도 곧바로 찾을 수 있는 병원은 없습니다. 그들이 돌아 올 곳은 공습과 폭탄으로 모든 게 파괴됐습니다.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지만 정확히 파악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hsk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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