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지금 평양] 잇단 '北 고위 망명설' 경계해야 할 이유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확한 대북 소식통' 인용한 '미확인 보도' 난무

北 견제 효과 지나쳐 北 도발 및 반발 등 역효과도 우려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노동신문) 2015.4.14/뉴스1 © News1 조희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최근 북한의 고위급 간부들이 탈북을 감행해 주변국에 망명하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 보도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을 이탈했다는 인사들의 급이 상당히 높다는 점입니다.

그간 북한을 탈출한 군(軍) 인사들이 주로 우리의 대령 격인 대좌나 상좌 급으로 언급되던 것과 달리 이번엔 별 세개(상장)를 달았던 군의 장성급 인사가 남한에 망명했다는 보도와 함께 그 실명이 거론되기까지 했습니다.

김씨 일가의 자금을 관리한다는 사실상의 비밀 조직인 노동당 39호실의 한 인사도 망명을 택했다고 합니다. 북한의 핵 등 군수경제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의 고위 인사도 남한 행을 택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간부들만 최근 들어 총 십여 명이 북한을 빠져나왔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간부들의 '평양 엑소더스(Exodus·집단탈출)'가 시작된 징조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주목할 것은 이 중에 정부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 해 준 인사는 단 한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제각기 믿을 만한 소식통을 인용한 전언이 이어지고 있어도 정부 당국은 공식적으로 관련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데는 상반된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하나는 정말로 확인해 줄 사실이 없을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언론에 공개할 수 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경우라면 사실상 지금 나오고 있는 북한 고위급의 망명과 탈북과 관련한 상황이 일부라도 사실과 부합한다는 정황증거가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정황조차 공식적으로는 확인해주진 않기 때문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정부의 입장에선 현재 상황이 "이런 일이 없다고 해도 언론이 이를 믿어주질 않는" 상황이 되겠지요.

민감한 대북 정보와 관련해 정부에서 언론에 공식적으로 무언가를 확인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북 첩보 활동이 북한에 노출될 우려가 있거나 잘못된 대북 메시지가 전달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여론의 혼란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장성택의 숙청 및 처형이나 현영철 숙청 등의 최고위급 인사 동향 및 김씨 일가와 관련한 정보는 국회 정보위원회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보고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북한이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이 같은 보도가 현재처럼 무분별하게 이어질 경우 북한에 대한 견제 효과를 넘어 자칫 북한의 강경 대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질환으로 와병을 한 뒤부터 우리 측에서 '北 붕괴 우려' 보도가 쏟아지고 지금과 마찬가지로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이탈 기사가 이어지자 돌아온 것은 북한의 강력한 비난과 도발이었습니다.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이 그것입니다.

설령 일련의 망명 보도들이 사실이라고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북한 전체가 붕괴한다거나 김정은 체제가 극도로 불안해진다는 것은 아직은 비약"이라고 진단합니다. 현재 보도되는 언론의 평가가 대체로 다소 앞서나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지난 2013년 "언론의 보도도 북한과의 한 대화창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던 정부가 더 이상의 혼선과 만일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오는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의 국정원의 보고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13년 장성택의 처형 직후에도 이러한 경향이 있었고 당시 우리 언론이 톡톡히 망신을 산 사건도 있었습니다.

대대적으로 탈북 및 망명 '사실'이 실명으로 보도됐던 로두철 내각 부총리가 그로부터 불과 열흘 여 만에 북한 공식 행사의 주석단에 버젓이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당시와 최근 사건에 대해 취재하면서 제가 들었던 몇몇 당국자들의 발언 중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상투적인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말을 한 문장 소개합니다.

그것은 "확인해 줄 내용 자체가 없다", "정부가 이에 대해 파악한 내용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말들에 이번 사건의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힌트가 숨어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seojiba@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