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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10초점] 관심과 호기심 사이, 끝나지 않는 '스포일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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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스포일러?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 특히 네티즌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나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그룹 샤이니는 노래를 통해 스포일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상상도 못했을 이 스포일러, 깜짝 놀라긴 아직 일러. 언제나처럼 충격적이게”

지나치게 빠른 세상의 부작용이라 하면 ‘스포일러’를 꼽을 수 있다. 남들보다 더 빠른, 무엇보다 더 빠른 것을 쫓는 현대사회에서 스포일러는 드문 일이 아니다. 디지털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하루에도 수 천, 아니 그 이상 누구나 인터넷에 글을 게재한다. 이에 오고가는 정보는 넘쳐나고 그 속엔 아직 밝혀지지 않아야 할 정보도 숨어있다.

최근 방송가는 이 ‘스포일러’와의 전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사소한 반전이라도 반전은 반전. 재미를 이끌어내는 반전을 막는 스포일러는 단연 ‘방송의 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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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상도 못했을 이 스포일러 ‘무도 가요제’
매회 화제를 모으는 MBC ‘무한도전’ 가요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2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2007년부터 시작한 ‘무한도전 가요제’는 회를 거듭할 수록 무대의 스케일이 커진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뮤지션 한 팀과 ‘무한도전’ 멤버 한 명이라는 가요제의 규칙에 따라 여섯 팀의 뮤지션이 참여한다. 이에 십센치, 정재형, 유희열 등 뮤지션들을 예능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든다. 대중에서 익숙하지 않은 인디 뮤지션, 또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발라드, 서정적인 뮤지션들의 반전 매력을 이끌어 내 안방스타로 만든다.

이에 가요제에 출연하는 뮤지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뮤지션이 등장할지에 대한 궁금증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특히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는 뮤지션들이 복면을 쓰고 등장하는 ‘복면가왕’의 컨셉이기에 더욱 관심을 모았다. 결국 인터넷 기사를 통해 ‘무한도전’ 출연 뮤지션들이 하나 둘 씩 공개됐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래 랭크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이에 ‘무한도전’ 측은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과거 김태호 PD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포일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라며 “무얼 하는지, 어딜 가는지는 방송 내용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프로그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절감하는 스포일러로 나타나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를 괴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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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깜짝 놀라긴 아직 일러 ‘복면가수’
매회 스포일러와 싸우는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은 출연자도, 방청객도 기자도 아닌 어처구니 없는 곳에서 뒷통수를 맞았다. 지난달 21일 ‘복면가왕’의 메인스폰서이자 온라인 음원사이트 벅스는 당일 오후 방송한 ‘복면가왕’ 준결승 전에 출연한 이들이 공개되기 전 홈페이지를 통해 이들의 정체를 유출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복면가수의 복장을 한 에이핑크 정은지의 모습이 게재됐고, 이어 빅스의 켄, 나윤권의 출연을 짐작케 하는 멘트를 덧붙여 결과를 미리 공개했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노래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매우 치명적인 일인 셈이다. 이미 팬들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추측하고 있었지만 유출을 통해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던 긴장감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추측과 확인된 사실이 주는 긴장감은 명확히 다르다. ‘무한도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의 핵심인 ‘누가 출연하는가’에 대한 재미를 절감시켰다. ‘복면가왕’은 시청자들에게 추리라는 재미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유출과 같은 스포일러는 시청자의 재미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의 의의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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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언제나처럼 충격적이게 ‘쇼미더 합격자’
힙합 서바이벌로 연일 화제를 모으는 케이블채널 Mnet ‘쇼미더머니4’는 얼마전 각종 SNS에서 합격자 스포일러가 떠도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어쩌면 예견된 일일 수 있다. 합격과 불합격. 서바이벌이라면 빠지지 않는 주요주제이다. 시즌 4까지 이어진 ‘쇼미더머니’는 ‘악마의 편집’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공개됨에 따라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은 항시 스포일러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핵심이 뚫린 셈이다. ‘누가 출연하는가’에서 ‘누가 합격하는가’로 바뀌었을 뿐이다. ‘쇼미더머니’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유출 경로를 파악했다. 이후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재미를 빼앗은 스포일러에 분노하며 강경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앞서 말했듯, 스포일러는 시청자와 제작진 모두를 괴롭힌다. 시청자의 재미를 빼앗는 것 뿐만 아니라 순간의 재미를 위해 반전 장치를 짜내고, 사소한 복선을 제공하는 등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의 노고를 한 순간에 무너뜨린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MBC, MBC ‘무한도전’ 홈페이지, 공식트위터, 벅스 홈페이지, Mnet ‘쇼미더머니’ 공식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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