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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란 핵협상, 15년 전 이-팔 평화협상과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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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핵협상이 6월30일로 정한 시한을 두 번이나 넘기면서 성사 직전 난항을 거듭하면서 15년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하 이-팔)의 평화협상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핵협상과 마찬가지로 이-팔 평화협상은 당시 양측 지도자의 과감한 정치적 결단으로 거의 합의 직전까지 갔다.

이스라엘의 평화주의자 에후드 바라크 노동당 대표는 강경파였던 베냐민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을 누르고 1999년 7월 총리에 오른다.

그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 간부를 암살한 공을 세우기도 한 정통 군인 출신이지만 이-팔 문제는 무력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는 이츠하크 라빈 총리의 평화노선을 추종했다.

취임 두 달 뒤 바라크 총리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와 역사적인 셰름 알셰이크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합의된 대원칙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내 이스라엘군 단계 철수, 팔레스타인 죄수 350명 석방, 2000년 9월까지 팔레스타인 최종 지위협상 종결 등이었다.

샤름 알셰이크 평화협정을 발판으로 두 지도자는 이듬해 2000년 7월 11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캠프데이비드에서 '끝장 협상'을 벌였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팔 평화를 집권 1년 안에 이루겠다는 공약으로 총선에 승리한 바라크 총리의 정치적 입지와 임기 마지막 '레거시'(업적)를 중동으로 장식하려 한 클린턴 대통령의 의지가 맞아떨어졌다.

아라파트 의장 역시 팔레스타인의 생존이 달린 독립국 건설을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이스라엘과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했던 터였다. 클린턴 대통령이 제시한 중재안도 실현 가능성이 컸다.

협상 15일째인 7월25일 새벽 3시. 결과는 '최종 결렬'이었다.

캠프데이비드 협상 결렬 이유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갈린다.

바라크 총리가 PLO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예루살렘 분할안을 무리하게 고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아라파트 의장이 너무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한 나머지 중동 평화와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기회를 놓치는 '소탐대실'을 범했다는 시각도 있다.

또 이슬람의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PLO에 대한 아랍권의 압박과, 팔레스타인에 너무 많이 양보한 게 아니냐는 이스라엘 보수 야권의 주장도 충돌했다.

이란 핵협상 역시 비슷한 모양새로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11월 이란고 서방의 공동행동계획(JPOA) 잠정 타결로 조성된 대원칙에 기반을 둔 화해 무드를 타고 1년 반 동안 본격 협상이 이어졌다.

중동 정책 실패를 핵협상 타결로 만회해보려는 임기 말기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경제난을 해결하는 돌파구를 찾아야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협상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합의된 대원칙하에서 남은 쟁점이 양측 모두 양보하기 어려운 민감한 사안인데다 핵협상에 반대하는 미 공화당, 이스라엘, 걸프 수니파 왕정, 이란 보수 강경파 의회 등의 대내외 압박도 이-팔 협상 때와 유사하다.

역사가 꼭 반복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팔 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 지금까지 이어진 상황을 보면 이란 핵협상이 결렬될 경우 후폭풍도 우려할 만하다.

이-팔 협상 결렬 두 달 뒤인 2000년 9월 아리엘 샤론 당시 보수 리쿠드당 당수가 무장경찰을 이끌고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를 도발적으로 방문하면서 팔레스타인의 제2 인티파다(민중봉기)가 촉발된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에선 반(反) 평화협정 여론이 결집, 바라크 총리가 사임하고 이듬해 2001년 5월 샤론의 리쿠드당이 집권하게 된다.

팔레스타인으로서는 바라크 총리가 제안한 안이 불만족스러웠지만 바라크 총리 이후 15년간 팔레스타인에 그나마 그 정도 수준으로 제안한 이스라엘 정권은 없었다.

결과론이지만 이-팔 협상 결렬의 여파로 이스라엘의 매파가 연쇄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은 역대 최강경 정권으로 평가받는 네타냐후 총리와 맞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란 핵협상 역시 다른 나라의 핵활동에 대한 미국의 이중잣대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역대로 오바마 행정부만큼 이란과 대화에 적극적인 미국 정권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바라크-아라파트의 역사가 오바마-하메네이 사이에서도 재현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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