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과열경쟁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후폭풍 어쩌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심사항목 적정성, 평가 공정성 논란 불가피…과열경쟁 부추기는 관세법, 문제많다 지적도]

정부가 15년 만에 신규 특허권을 내주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이 과열되면서 오는 10일 운영자 선정 이후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허권 3개(대기업 2개, 중소·중견기업 1개)를 놓고 총 21개 기업이 뛰어들어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어 최종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시내면세점 운영자 선정을 주도한 관세청의 심사항목 적정성과 평가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기업들의 경우 건물 임대계약 위약금, 인력 재배치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모호한 심사기준…공정성 시비도 불가피=우선 명확하지 않은 심사항목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배점이 가장 높은 '운영자 경영능력(1000점 만점 중 300점)' 항목은 재무 지표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지 공개하지 않아 입찰 기업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실제로 재무제표는 연결 또는 별도 기준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별도 제무제표를 기준으로 대기업 7곳의 부채비율을 따지면 현대백화점(42.3%) △호텔롯데(43.5%)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43.9%) △현대산업개발(114.3%) △신세계(126.6%) △호텔신라(144.5%) △이랜드리테일(175.5%) △SK네트웍스(226.6%) 등의 순서다.

하지만 연결 기준으로 보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43.9%) △현대백화점(50.0%) △호텔롯데(50.2%) △신세계(122.2%) △현대산업개발(161.2%) △호텔신라(161.3%) △이랜드리테일(261.3%) △SK네트웍스(237.7%) 순이다.

합작법인과 신규법인에 대한 평가 기준도 확실하지 않다. 다수 기업이 손잡은 합작법인의 경우 어떤 기업을 기준으로 평가할 지, 실적이 없는 신규 법인은 어떻게 점수를 줄 지 등 애매한 측면이 많다.

면세점 사업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만큼 정치권에서 시내면세점 심사평가표 공개를 요구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제주 면세점 특허권 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관세청에 세부평가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과도한 사회공헌 요구…과열경쟁 부추기는 관세법=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최근 2∼3개월간 숨가뿐 사회공헌 경쟁을 벌여야 했다. 심사기준 세부 평가항목 33개 중 13개가 사회공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자선사업부터 임직원 사회봉사 실적, 기부금 비율, 지역상생 발전 공헌도, 지역 여론까지 평가한다. 국가가 특허를 주고 사업을 수행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지만 민간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입찰기업 관계자는 "사업권을 따지도 않았는데 매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몇 %를 내놓겠다는 것은 정치공약에 가깝지 않냐"며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면세점 특허권 장사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면세점 특허권이 종전 10년 단위 갱신에서 5년 단위 특허 재입찰 방식으로 변경됐는데, 대기업 독점을 막고 중소기업에 면세사업 진출 기회를 주자는 당초 관세법 개정 취지와 달리 과열·혼탁 경쟁만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입찰에서 탈락한 기업들의 경우 부동산 임대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지불, 면세점 사업을 염두에 두고 미리 뽑은 인력 배치 등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들이 직접 사업을 챙긴 만큼 입찰에서 떨어지면 면세점 실무자들이 자리를 내놔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돈다"며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기존 시내면세점 재입찰에서도 똑같은 과열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