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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다시 고개 든 '홍콩 독감'… 방심땐 제2 메르스 사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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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홍콩 1주일 7만명 왕래… 최근 3주간 홍콩서 독감 중환자실 입원 89명중 61명 사망]

-감염병 국내 유입, 5년새 2배

지금 유행하는 홍콩 독감은 백신 없어… 여행객·만성질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차단·대처는 정보戰

美는 감염병 국가에 역학조사관 상주

"정부, 美질병통제센터에 인력 파견을"

국내 메르스 유행이 진정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이웃 홍콩의 독감(인플루엔자)이 심상치 않다. 인천~홍콩 여행객이 일주일에 약 7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자칫 홍콩 독감이 국내에서 유행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홍콩에서 유행하는 독감은 지난겨울 국내에서 유행한 것과 같은 유형이지만, 지난해 맞았던 독감 백신 효과가 사라진 시점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7일 홍콩 보건 당국에 따르면 6월 12일~7월 1일 독감으로 89명이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이 중 61명이 숨졌다. 지난겨울(1~4월)에 독감으로 사망한 502명을 포함하면 올해 홍콩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환자 수는 563명이다.

지금 유행하는 홍콩 독감 바이러스는 주로 A형(H3N2)이다. 해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그해 유행할 인플루엔자 유형을 예측해 독감 백신을 만드는데, 지난겨울에 나온 백신에는 H3N2 타입이 빠져 있었다. 게다가 독감 백신 면역 효과는 대개 6개월이라 지난겨울에 맞은 백신 효과는 이듬해 4월쯤 끝난다. 따라서 홍콩 여행객이나 노약자, 만성 질환자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단, 국내에 남아 있는 독감 백신에는 A형(H3N2)이 빠져 있어 홍콩 여행을 위해 굳이 독감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

해외 유입 감염병 5년 새 2배

홍콩 독감만이 아니다.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이 해마다 늘면서 최근 5년 사이 발생 사례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 '2014년 감염병 감시 연보'에 따르면 2009년까지 200명을 밑돌던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 수는 갈수록 늘어 2013년에는 494명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400명이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로 신고됐다. 갈수록 국제 교류와 해외여행이 늘면서 제2의 메르스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언제든 다시 유행할 수 있는 에볼라,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조류독감,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메르스와 사스 등이 세계보건기구(WHO) 집중 관리 대상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와 교류가 잦은 중국에서 가금류를 취급하다가 조류독감에 걸리는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언제라도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변종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감염병 차단은 정보전

해외 감염병 차단은 정보전에서 승패가 갈린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새로운 감염병 발생 지역이나 유행 국가에 역학조사관을 장기 파견해 환자 검체를 모으고 전파 경로를 분석한다. 감염병 발생 지역에서부터 원천 봉쇄해 유입을 막는 전략이다.

그래서 미국이 최근 10년간 역학조사관을 파견한 곳이 20여개국이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출혈열이 유행했을 때 미국은 수백명의 방역과 보건 인력을 보내서 에볼라 감염 경로와 치료 효과를 파악했다. 메르스가 발생한 중동 지역이나 조류독감이 일어난 동남아도 마찬가지였다. 각국에서 올라오는 감염병 정보는 2005년부터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CDC 위기대응센터로 모인다.

6년간 CDC 역학조사관을 지낸 탁상우 미 국방부 소속 수석역학조사관은 "한국 보건 당국이 미국 CDC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해외 감염병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 협력 체계를 짜야 한다"며 "정보 없이는 전염병과 싸워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혜 보건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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