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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그리스 위기> 러시아, 그리스에 '구원 손길' 내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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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도 경제위기 와중…대규모 금융지원 가능성 작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그리스가 유럽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가운데 그동안 그리스 끌어안기에 애써온 러시아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그리스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선 드물게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고, 러시아도 EU 회원국들의 결속을 와해시키기 위해 그리스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란 측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리스에 대규모 금융 지원을 하는 '통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6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그리스 국민에게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혔다.

유럽과의 구제금융 협상에 어려움을 겪던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4월에 이어 6월 말에도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다.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양국 정상 회담에서 금융 지원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4월 중순 그리스가 러시아 남부에서 터키를 거쳐 그리스 국경까지 연결되는 러시아의 새로운 유럽행 가스관 '터키 스트림' 사업에 참여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30억~50억 유로의 차관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그리스로부터 금융 지원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앞서 6일 '그리스가 유럽채권단과 구제금융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러시아가 금융 지원에 나설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까지 지원 요청이 들어온 바 없고 여러 차례의 양자 접촉에서도 이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는 그 이튿날에도 "그리스 사태 해결 모색은 러시아의 지원과는 관련돼 있지 않다"고 말해 러시아가 그리스에 직접 금융 지원을 할 의사는 아직 없음을 내비쳤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국 국장 프랭크 길은 그리스가 러시아로부터 채무상환을 위한 금융 지원을 받을 확률은 낮다고 전망했다.

길은 "러시아도 스스로 (서방 제재로) 금융 시장 접근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일부 기업과 은행들이 채무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리스가 EU 권 밖에서 대규모 금융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개발센터' 소장 나탈리야 아킨디노바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채무 규모가 6월 현재 3천230억 유로(약 3천540억 달러)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6월 말 현재 약 3천600억 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러시아는 설령 하고 싶어도 그리스에 대규모 금융 지원을 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킨디노바 소장은 "그럼에도 러시아가 그리스 지원에 나선다면 그것은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규모가 아니라 상징적 규모의 정치적 지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가치가 크게 하락한 그리스 내 자산을 매입하든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유럽행 가스관으로 추진하고 있는 터키 스트림 사업에 참여하는 대가로 일정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의 지원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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