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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감 느는데 변호료 줄어…국선변호인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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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경력 2년차 국선 전담 변호사 A씨는 요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형사사건 특성상 일주일에 이틀은 재판에 전념하고 나머지는 구치소를 제집 드나들 듯하며 피고인들을 만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보다 처우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급여에서 사무실 운영비 등을 제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1심 법원의 간단한 사건이지만 한 달에 35건 가까이 맡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선변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소수의견'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수임 경쟁이 치열한 법률시장에서도 안정적인 보수가 보장되는 국선변호인 지원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여파 등으로 예산은 줄고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면서 팍팍해진 근무 환경을 호소하는 국선변호인들 목소리도 커졌다.

올해 국선변호료 예산은 477억여 원으로 전년보다 60억원 이상 줄었다. 예산액이 500억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국가 재정과 함께 국선변호료 예산을 구성하는 한 축인 '공탁출연금'이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공탁출연금은 소송 중 민원인이 법원에 맡긴 '공탁금'을 다시 법원이 은행에 맡겨 얻은 수익으로 공탁금에 적용되는 예금이자율이 낮아지면 공탁출연금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탁출연금은 2013년까지 649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89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542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소송구조비용, 법률구조사업 등 기타 공익 사업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국선변호료에 할당되는 금액은 해마다 줄고 있다. 이는 국선변호료 예산의 대부분을 소요하는 국선변호인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선 전담 변호사(개인적으로 형사사건을 수임할 수 없고 법원이 지정한 사건만 변론)는 2010년 135명, 2012년 174명, 2014년 229명 등으로 해마다 20명가량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올해 국선 전담 변호사는 229명을 유지해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늘지 않았다 반면 일감은 계속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국선변호인 선정 건수는 2012년 10만9500건에서 지난해는 12만4800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5월에도 5만3000건을 기록해 올해도 전년보다 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정된 자원으로 증가하는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일선에서 느끼는 사건 부담도 크게 늘었다.

대법원이 집계한 국선 전담 변호사 1인당 월 적정 사건은 27건이지만 체감 사건은 상한선인 30~35건 수준이라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서울의 한 국선 전담 변호사는 "월 고정 급여를 받고 국선 사건만 전담하는 국선 '전담' 변호사와 달리 국선 '일반' 변호사는 관할 법원에 등록한 변호사 중 무작위로 지정돼 변론을 맡으며 사건당 보수를 받는다"며 "일이 넘치면 국선 일반 변호사에게도 사건이 배당돼야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 추가 보수가 부담될 경우 국선 전담 변호사에게만 일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국선변호인 : 형사사건 피고인이 경제사정 등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경우 등 법률로 정해진 경우에 한해 법원이 국비로 피고인의 변론을 맡기는 변호인을 말한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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