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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KBS ‘이승만 망명’ 이례적 반론보도…보수 진영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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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초 2분짜리 방송 리포트와 분량·형식 거의 유사

이인호 이사장 9일 이사회 소집 ‘방송개입’ 논란도



이른바 ‘이승만 정부 망명 요청설’을 보도한 <한국방송>(KBS)이 애초 보도와 비슷한 분량의 주요뉴스로 반론보도를 내보내면서 내부에서 “뉴라이트와 보수진영 쪽에 굴복한 굴욕적 반론보도”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의 이인호 케이비에스 이사장은 해당보도를 논의하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9일 소집해 ‘방송개입’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4일 케이비에스 <뉴스9>는 “이승만 정부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본 정부에 한국민 6만명의 망명 의사를 타진했고, 일본이 한국인 피난 캠프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이날 케이비에스가 공개한 문건은 일본 야마구치현의 공식 역사 기록과 당시 미 군정 기록이다. 보도가 나가자 보수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종북좌익척결단, 멸공산악회,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달 30일 케이비에스 본관 앞에서 “케이비에스가 이승만 대통령을 비겁한 망명 기도자로 인민재판했다”며 시위를 펼쳤다. 이승만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케이비에스 보도본부장을 만나 직접 반론을 요청했다. 보수 성향의 케이비에스 공영노조도 25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논란이 커지가 3일 케이비에스 <뉴스9> 는 4번째 뉴스로 반론 보도를 내보냈다. 반론보도는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정부 요청설과 관련해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쪽이 정부 공식 기록이 아니고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론보도는 총 1분40초 분량으로, 애초 보도(약 2분)와 거의 비슷한 분량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케이비에스본부(새노조)는 7일 성명을 내어 “당초 보도와 같은 분량과 형식의 리포트로 반론보도를 내주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굴욕적 반론보도가 나갔다”며 “회사가 전격적이고 굴욕적인 방식으로 이승만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 보도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연임을 염두에 둔 조대현 사장이, 뉴라이트 학자 출신인 이인호 이사장과 보수진영에 굴복한 결과라고 본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오는 9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 추천 한 케이비에스 이사는 “이사장 단독으로 해당 보도 논란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이사회를 소집했다. 특정 보도를 두고 이사회를 여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이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 역사관 보도 때도 이사회를 열지 않았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대응을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이인호 이사장의 보수적 역사관이 이번 논란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임시이사회 개최에 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케이비에스 관계자는 “이승만기념사업회의 반론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며 “해당 반론 보도가 케이비에스의 공식 입장이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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