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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동성·동거·사실혼은 '불건강?'…한국의 '법외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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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가족'의 진화①]美 대법판결, 국내 동성혼 소송…국회 논의는 더뎌]

머니투데이

2013년 12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을 받은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오른쪽)와 김승환 레인보우 팩토리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동성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날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이해 한국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의 결혼평등을 위한 소송을 제기한다"며 "우리는 이 소송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고 더 나아가 모든 이들이 어떤 혜택이나 권리에 배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 수 있고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는 사회를 앞당기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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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고, 국내에서도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재인식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소수자 인권'차원의 동성혼 문제 이전에 사실혼이나 동거 등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국회에서 관련 논의는 더딘 상태다.

6일 한국에서는 최초로 '동성혼 허용' 관련 재판이 열렸다. 이번 소송은 2013년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씨가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서를 '불수리처분'한 데 대한 불복소송으로 진행됐다.

당시 서대문구청은 "민법상 당사자 간의 혼인의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과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동성혼 소송을 제기했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법외가족'은 동성혼 뿐 아니라 사실혼이나 독신가구, 동거가구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과 이혼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으며 한부모 가족 비율 또한 전체 가구수 대비 2000년 9.4%에서 2010년 11.1%로 점점 늘고 있다.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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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조사한 '한국 LGBT(성적소수자)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보고서'에서는 전체 응답자(3159명)의 45.3%가 현재 연애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가운데 25.5%는 동거중이라고 답했다. 또 40대 이상 응답자의 절반 이상(51.2%)은 5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 사회 가족 구성이 '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 '법외 가족'을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상당수 발의됐지만 논의 과정은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차별금지법안'이 있다. 2013년 2월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중심으로 총 51명이 이름을 올린 '차별금지법'은 발의된지 2달여 만에 '철회'됐다. 김 의원안보다 일주일 늦게 제출된 같은당 최원식 의원안도 같은날 철회됐다.

결정적 철회 이유는 "법안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독교계 등의 반발이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차별금지법은 지금은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뿐이다.

당초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은 유엔 인권이사회 등이 한국에 채택하도록 권고하고 촉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대부분의 인권 선진국에서는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새로운 가족구성을 인정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선언적'인 내용의 법안조차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윤인순 새정치연합 의원이 지난해 4월 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기존의 가족 형태만을 '건강하다'고 정의한 법안의 성격 자체를 재정립하는 내용이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로막혔다.

현행 건강가족기본법에서는 '가족'을 '혼인 및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게 남 의원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법안의 명칭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바꾸고 '건강가정'이라는 편향된 가치가 내포된 표현을 사실상 '가족'으로 통일하는 내용이다. 이 안은 담당 국회 상임위인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된 후 3차례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상임위를 통과했고 법사위로 넘어갔다.

법사위 논의 당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시급한 법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이 "2소위에서 논의하자"는 의견을 내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후 법사위 2소위에서 해당 법안은 한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법외가족'에 대한 국회의 벽이 높은만큼 '차별금지법'에 버금가는 법안은 뒤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생활동반자에 관한 법안'을 지난해부터 준비중이지만 발의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진 의원 측은 "생활동반자법안 관련 토론회를 이미 한차례 열었고 총 3번의 토론회를 거쳐 법안을 다듬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황보람 기자 bridg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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