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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해킹학원 600만원 6개월 수강이면 대학 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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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학원 도넘은 상술…정보보호 관심 갖는 청소년에 정보 접점 확대 필요]

머니투데이

대학, 전문대학 정보보호학과 관련 현황/사진=국가정보호백서(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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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에 관심이 많던 고등학생 A군. 3~4개월간 200만원 가까운 수강비에도 대입에 도움이 된다는 상담사 말에 대형 컴퓨터학원을 등록했다. 하지만 A군은 네트워크, 리버싱 등 여러 분야를 겉핥기식으로 배우는 방식에 실망해 결국 독학을 선택했다.

#고등학생 B군은 6개월에 400만원 수강비를 내고 컴퓨터학원을 다녔다. 상담사가 '특별히' 600만원에서 할인해준 수강비다. 정보보호 공부를 하고 싶었던 B군은 SW(소프트웨어) 기초인 C언어부터 공부하려고 학원을 찾았다가 다방면 지식이 필요하다며 상담사가 권한 6개월 과정을 듣게 된 것.

B군은 "말도 안되는 속도로 진도를 나갔다"며 "그많은 내용을 1년 안에 완성해준다고 광고를 했다니 지금 돌이켜보면 황당하다"며 후회했다.

정보보호, SW 교육을 간판으로 내건 대형 학원의 상술이 도를 넘었다. A, B군처럼 정보보호 공부 첫발을 내딛는 방법을 몰라 가까운 학원 문을 두드렸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정보보호, SW 인력을 키우겠다고 밝히자 이에 편승한 '대입 보장' 과장 마케팅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보보호 관련 학과들이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자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에도 바람이 불고 있다. 입시상담 전문기관에 따르면 전국 정보보안 관련 학과는 30여개 가까이 된다. 한 해 총 선발 인원만 1000여명 수준이다. 학원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다.

정보보호학과 특성상 수학능력시험 점수 비중이 큰 정시보다는 수시 전형으로 뽑는 인원이 많다는 점도 한 몫했다. '자격증 등을 따면 입시에 도움된다'는 학원 상담사의 말에 학부모와 학생은 솔깃할 수 밖에 없다. 취업준비생도 '100% 취업보장'이라는 광고 문구에 현혹돼 거액의 수강비를 내는 경우도 있다.

한 보안전문가는 "한두 과목 수강하는 것은 기초를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고액으로 해킹 전 과정을 몰아서 가르쳐준다는 식의 상담은 걸러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기술, 프로그램 몇 개 잘 다룬다고 인정받는 분야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원에서 배운 초급 기술로는 취업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정보보호 인력 양성과 관련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이달에도 '정보보호의달'을 맞아 인력 프로그램을 한시적으로 운영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족하다. 특히 지방에 사는 경우 수도권 중심의 정보에 접근하기 더욱 어렵다.

B군은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프로그램(BoB)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상시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며 "흥미가 생겨도 시작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에서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심화교육은 아니지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상담프로그램이라도 늘려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대학 입시 전형에서도 학원 수강 이력이 큰 이득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주입식교육으로 기술 습득하는 것만으로 실력을 키울 수 없는 분야라는 것.

김승주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학원 다닌 경험, 자격증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보다는 주요 해킹커뮤니티에서 활동한 경력, 인성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면서 "학생 본인에게도 스스로 유명 해킹 커뮤니티(화이트해커 그룹)에 문을 두드리고 활동하면서 배워가는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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