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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내 롤모델은 치프라스" 위험한 EU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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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유로화 반대 외치며 각국서 세몰이]

- '제2의 치프라스' 꿈꾸나

伊·스페인·포르투갈 등 채무국 좌파 정당 대표들

그리스 투표결과에 흥분… '벼랑 끝 협상' 따라할 듯

그리스 유권자의 60% 이상이 국제채권단 협상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투표 결과가 나온 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정당 '5성(星) 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는 이탈리아 방송채널 '라세테'에 출연해 "정말 놀라운 결과"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980~90년대 정치 풍자 코미디언으로 이름 날리던 그는 당시 이탈리아 총리를 조롱했다는 이유로 방송계에서 퇴출되자, 거리 공연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로 사회운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그릴로가 부패 정치인 퇴출을 요구하며 2007년 9월에 벌인 거리 시위엔 시민 200여만명이 동참, V(꺼져버리라는 뜻의 'Vaffanculo'의 첫 글자) 행진으로 확산됐다.

이 같은 시민운동은 2009년 물·환경·교통·개발·인터넷 등 다섯 과제를 해결하겠다며 그릴로가 조직한 정당 '5성 운동'으로 정치세력화했다. 5성운동은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야당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26%로 마테오 렌치 총리의 민주당(32%)을 바짝 뒤쫓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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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언론은 5성운동을 이끄는 그릴로를 '남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이탈리아발 금융 위기의 진원'으로 꼽는다. 그가 진작부터 "유로화는 독일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만 유리하게 설계된 화폐"라며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 탈퇴와 긴축 반대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릴로는 '내년 1월 유로존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20만명의 서명을 이탈리아 의회에 청원한 상태다.

그는 6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이게 바로 직접민주주의다. 우리도 이런 정치적 수단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로존 탈퇴에 대해 이탈리아 국민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 국민투표 실시를 정치 쟁점화할 뜻을 밝힌 것이다.

오는 10월, 11월에 각각 총선을 앞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좌파 정당 대표들도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호재 삼아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릴 기세다.

그리스 투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스페인의 좌파 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트위터에 "오늘은 그리스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그리스 총선 때 아테네를 방문해 치프라스 당선자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좌파 정당 연대를 강조했다. 포데모스가 지원한 좌파연합 '아오라 마드리드'는 지난 5월 수도 마드리드 지방선거에서 총 57석 중 20석을 확보하며 집권당(국민당·21석)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제2 도시 바르셀로나에서도 포데모스의 지원을 받은 당이 1위에 올랐다. 좌파 연합으로 국민당의 집권을 끝낼 발판을 마련한 이글레시아스는 오는 11월 총선 공약으로 1조유로(약 1240조원) 채무액 경감을 위한 국제채권단과의 재협상을 내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글레시아스가 정권을 잡으면 유로존 탈퇴와 채무 협상을 연계하는 치프라스식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대표가 이끄는 포르투갈 제1야당 사회당도 반(反) 긴축 정서에 힘입어 오는 10월 총선에서 집권 가능성이 큰 것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에서 집권 사회민주당·인민당 연립정부와 박빙인 사회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코스타 대표가 총리에 올라 강력한 반긴축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긴축 정서는 좌파 성향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폴란드 대선에서 역대 최연소로 당선된 극우 성향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반(反) 유럽연합(EU)을 내세우며, 폴란드의 유로존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전문매체 'EU옵서버'는 "좌우 할 것 없이 극단 성향에 가까운 유럽 정치가일수록 그리스의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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