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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무서운 10대, 팔팔한 5060 … 다른 연령보다 범죄 확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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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범죄 10년 새 76% 늘어나

50, 60대 모두 두 배 넘게 증가

20~40대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

“가정 해체, 노년층 빈곤이 부채질

범죄 예방 초점 연령대 재고 필요”

#장면1. 올해 4월 중순 밤 대구 신천동의 골목길을 걸어가던 70대 여성 박모씨에게 이모(18)군과 한모(16)군이 접근했다. 이들은 박씨 앞을 가로막고 무차별 폭행한 뒤 현금 38만원이 든 핸드백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군 등은 한 달 뒤 경찰에 붙잡혔고 수차례 차량털이 혐의 가 추가로 드러나 소년원에 수감됐다.

#장면2.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전모(75)씨가 재산 문제로 갈등을 빚던 친형(86)과 형수 백모(84)씨를 엽총으로 쏴 살해했다. 전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강석(43) 남양파출소장마저 엽총으로 쏴 살해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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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없는 10대와 무서운 노인들이 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10년간(2004~2013년)의 범죄통계를 조사한 결과다. 10대 범죄자(형사범죄 기준) 수는 2004년 5만1298명에서 10년 뒤인 2013년 9만38명으로 75.5% 증가했다. 50대 범죄자 수는 8만9935명에서 21만1948명으로, 60대 이상은 3만1679명에서 7만6105명으로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20~40대 범죄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였다. 10년 전에 비해 20대는 6.7%, 30대는 15.3% 감소했고, 40대는 6% 소폭 증가했다.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역시 10대와 노인층에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피해자는 2004년 2만6882명에서 2013년 7만454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60대 이상 피해자는 4만1782명에서 10년 뒤 8만6989명으로 2배 늘었다. 20~40대 피해자 수는 각각 44.6%, 4.6%, 19%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범죄 예방 정책의 초점이 사회활동이 왕성한 20~40대에 맞춰진 가운데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노인층의 범죄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최근 가정 해체가 두드러지고 학교 차원의 통제가 약해지면서 청소년들의 일탈이 증가해 빚어진 결과”라며 “50대의 경우 직장에서 퇴직해 노년층에 접어드는 불안정한 세대라는 점, 노인의 경우 평균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독거노인이나 빈곤층 등 취약계층도 함께 늘어나게 된 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전체 연령에서 10대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4년 9.4%에서 2013년 13.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는 8→11.9%, 60대는 3.1→5.5%로 증가했다. 반면 20대 성범죄자 비율은 10년 사이 0.5% 늘어 큰 변화가 없었다. 30대는 7.3%, 50대는 3.5% 감소했다. 또 10대가 저지른 범행에서 초범 비율은 줄고 전과자 비율은 급격히 늘어 상습화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범죄자 중 초범 비율은 10년 새 64.3→48.6%로 감소한 반면 전과자 비율은 35.7→51.4%로 급증했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 교수는 “재범이 늘고 있는 청소년 범죄의 경우 단순 처벌보다는 예방과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며 “50대와 60대 이상의 경우 경제 취약층과 가정·사회에서 소외된 현황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성범죄 발생 건수는 10년 새 1만3968건에서 3만3939건으로, 절도 범죄는 15만4850건에서 29만841건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살인 범죄는 1082건에서 966건으로 소폭 하락했다. 한라대 남재성(경찰행정학) 교수는 “평범한 사람들도 크게 두려움을 느끼는 성범죄나 발생 빈도가 높은 절도 범죄 등이 증가하면 국민의 범죄 체감도와 공포심은 더 늘어나게 된다”며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생활 속 범죄 유형을 매년 혹은 분기별로 파악해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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