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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장에서]김한조 "구조조정 불가피" 발언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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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없었다는 발언은 버젓이 사실로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임직원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선 6일 오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김 행장이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연 설명회가 채 끝나기도 전 “조기통합이 지연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김 행장의 발언을 담은 기사가 속속 올라왔기 때문이다. 애초 오후 6시에 열리기로 예정됐던 설명회는 오후 4시 30분부터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하나금융 측과 외환노조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민감한 시점이었던 만큼, 이날 설명회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강당 앞에는 은행 본점 안전상황실 직원 대여섯명이 기자를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 김 행장은 VIP들이 다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설명회 장소로 내려왔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최대한 접촉을 피하고 싶은 까닭이었을 터다.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김 행장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의례적인 언급은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혹시나 ‘한마디’를 기대했던 출입기자들은 ‘역시 그렇지’라며 씁쓸히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설명회는 오후 6시쯤까지 이어졌는데 문제는 행사가 채 끝나기 전에 발생했다. ‘통합이 지연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김 행장 발언을 담은 기사들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잇달았다. 조직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고 언론 보도를 담당하는 홍보실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행사장 진입이 철저히 통제된 상황에서 현장에서 나온 얘기도 아니고 일부 기사에 거론된 ‘연설문’이란 문건은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출처불명의 내용이 버젓이 기사화 됐다는 게 외환 홍보실의 입장이었다.

한발짝 떨어져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곰곰히 생각해봐도 김 행장이 임직원을 상대로 연 첫 설명회에서 그런 ‘돌직구’를 날렸다는 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협상에 ‘타이밍’이란 게 있고 김 행장이 ‘아마추어’가 아닌 이상 이런 민감한 시점에 구성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구조조정’을 직접 입에 올릴 까닭이 없다는 얘기다. 명분을 내세워 버티기로 일관하는 현 노조 협상단과 논의가 안 풀리는 상황에서 일종의 ‘협상 카드’로 내밀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 큰 틀에서 경영 합리화가 아닌 ‘구조조정=해고’로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임직원을상대로 거론하기에는 ‘득 보다는 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조기통합을 꺼리는 외환 노조의 역공이 아니겠느냐’는 일각의 의혹에 일면 수긍이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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