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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소문 택배기사 "680원 위해 30만원 배상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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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뉴스쇼

노컷뉴스


- 새벽 공짜 노동이 택배 하루 노동의 1/3
- 택배업 10배 커진 동안, 택배 수수료는 되려 30% 깎여
- 물품 책임은 택배기사에 전가, 한달 평균 10만원꼴 패널티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유성욱 (CJ대한통운 택배기사)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노동착취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린 대국민 호소문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 전국택배기사일동’ 이런 이름으로 쓰여진 글인데요. 이 글을 직접 쓴 택배기사분을 만나봅니다. 택배기사 유성욱 씨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유성욱> 안녕하세요.

◇ 박재홍> 택배기사로서 대국민 호소문을 올리셨죠? 어떻게 올리게 되신 건가요?

◆ 유성욱> 제가 그동안 택배일을 하면서 많은 부당함과 불공정한 일이 있었는데, 요즘 가장 견디기 힘든 게, 일을 하면서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전국의 많은 택배기사분들과 합의를 해서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 박재홍> 일을 하면서도 돈을 한 푼도 못 받으셨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유성욱> 저희들이 지금 분류작업이라고, 새벽 6시부터 보통 12시까지 진행되는 분류작업이라고 있습니다. 원래 이 일이 택배 회사에 직접 고용된 직원 시절부터 시작이 됐어요. 그런데 1997년 IMF 때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개인 사업자로 만들고 일은 똑같이 그대로 진행을 하면서 관행대로 굳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분류작업이 길어야 1, 2시간 내외였는데 지금은 택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물량도 엄청 늘어났고 그에 비례해 작업시간도 늘어난 것이죠.

◇ 박재홍> 지금 말씀하시는 게 호소문에 쓴 새벽 무임금 노동을 말씀하시는 거죠?

◆ 유성욱> 네.

◇ 박재홍> 그러면 지금 택배기사분들이 돈을 어떻게 받고 있는 겁니까? 수수료로 임금을 받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어떤 월급제로 받고 있는 건가요?

◆ 유성욱> 저희들은 무조건 1개당 배송수수료 얼마 이런 식으로 개당 배당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개당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오전 내내 분류작업을 해도 거기에 대해서 전혀 대가를 못 받으시는 거네요.

◆ 유성욱> 그렇죠. 그러니까 실제로 배송을 많이 해야 수입이 늘어나는데 그 배송할 시간에 물류작업이 더 길어지고 그로 인해서 배송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물량이 늘어난 효과를 저희들이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 박재홍> 그래요. 호소문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택배가 도입된 이후에 택배수수료를 인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지금 이렇게 글을 올리셨잖아요. 사실입니까, 정말?

◆ 유성욱> 네, 사실입니다. 택배업이 그동안 연평균 30% 이상 고성장을 하고 택배회사는 자산규모 대비 10배 이상 성장을 했는데, 그간 택배수수료는 1000원에서 해마다 조금씩 인하해서 현재는 1개당 수수료가 680원에 불과합니다.

◇ 박재홍> 하지만 정작 고객들이 내는 택배운임은 올렸는데 도리어 택배기사들이 받는 돈은 깎인 거네요?

◆ 유성욱>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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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그래요..? 그리고 금전적 패널티도 문제를 삼으셨는데 이거 무슨 말인가요?

◆ 유성욱> 금전적 패널티는 반품수거 업무에서 비롯되는데요. 저희들은 배송 업무가 주인 택배회사인데 회사측 요구로 울며 겨자먹기로 반품수거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거 과정에서 회사측 실수도 있을 거고 고객분 실수도 있습니다. 또한 저희 택배기사들 실수도 당연히 있고요. 그런데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택배기사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1개당 수수료가 700원에 불과한데 책임지는 금액은 20만원, 30만원 이렇게 되니까 너무 부당하다, 이렇게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한 건당 700원 받는데 중간에 물건이 없어지거나 하면 그 물건에 대한 보상을 해야 된다.. 그렇군요. 굉장히 어렵게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 택배일 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 유성욱> 크게 보면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일들 하시다가 안 돼서 제일 어렵고 힘든 택배일을 선택하셔서 어쩔 수 없이 택배일에 임하고 계신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몇 시에 출근을 하셔서 퇴근하시는 거예요?

◆ 유성욱> 택배일을 하려면 하루에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분류작업은 오전 7시부터 시작이 되는데 대개 하루에 짧게는 4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분류작업이 이어집니다. 배달업무는 가장 많은 분들이 끝나는 시간대가 보통 9시 정도 끝나고 늦게 끝나는 분들은 10시까지도 하십니다.

◇ 박재홍> 밤 10시까지요. 그러면 하루에 최대 몇 시간 노동하시는 거예요?

◆ 유성욱>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14시간 내지 16시간을 일합니다.

◇ 박재홍> 14시간, 15시간, 16시간 이렇게.

◆ 유성욱> 그리고 월수입 같은 경우에도 대략 월 300만원이 조금 넘는데 저희들은 회사 2차 계약자로 중간에 영업소장이 일정 부분 더 떼어가서 현재는 훨씬 더 그 이하로 받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유성욱> 또 저희들은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현장에서 쓰이는 차량구입부터 차량유지, 운송장, 테이프, 심지어 볼펜까지 전부 저희들 자비로 구입합니다.

◇ 박재홍> 그만큼 택배 업무시간은 늘어나는데 거기에 대한 대가는 전혀 받지 못하시고. 이렇게 어렵게 일을 하시기 때문에 택배기사님들은 아이들 얼굴은 전혀 못 보시는 분도 많겠네요.

◆ 유성욱> 네, 그렇죠. 일이 늦게 끝나시는 분들은 저녁 10시에도 끝나고. 10시에 끝나는 걸로 다 마치는 게 아니라 집에 가서 전산업무를 또 봐야 합니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전산업무 보고 밥 먹고 하면 보통 11시가 넘습니다. 그러면 너무 피곤해서 바로 쓰러져 잠들어버리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이 가정을 돌볼 수 있는 힘이나 이런 시간들이 너무 없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 유성욱>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너무 힘듭니다.

◇ 박재홍> 일주일에 그러면 언제 쉬세요? 일요일 하루는 쉬시는 거예요?

◆ 유성욱> 일요일날 하루 쉽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토요일에도 새벽부터 나가서 밤 늦게까지 일하시는 거고요.

◆ 유성욱> 똑같이 일합니다.

◇ 박재홍> 정말 힘드시겠네요.

◆ 유성욱> 동료기사들하고 많은 얘기를 해봐도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서 모두가 다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은 언제나 영업소장 말 한마디에 내쫓기는 해고위험을 동시에 받고 있기 때문에, 옳지 못하고 부당한 일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현재 울산 종사자들도 울산에서 파업을 오늘로 30일째 하고 있는데, 회사는 전혀 저희들을 인정하지 않고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한 달째 파업을 하고 있는데도 회사는 대응하지 않고 있다.

◆ 유성욱> 네.

◇ 박재홍> 그렇군요. 회사가 전혀 대응을 안 하고 있으니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정말 어렵다 이렇게 대국민 호소까지 하신 거네요. 그런데 인터넷까지 호소문 올리셨으니까 올린 분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이런 일은 없습니까?

◆ 유성욱> 옳고 정당함을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탄압이나 불이익도 감수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노동조건 좀 빨리 개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유성욱> 고맙습니다.

◇ 박재홍> 인터넷 포털에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대국민 호소문을 올린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유성욱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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