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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벼랑 끝 그리스] ‘마지막 승부’ 재협상…그렉시트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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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그리스 국민의 선택은 강력한 긴축에 대한 거부였다. 그리스 정부는 부채탕감으로 긴축강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다만 이번 구제금융 거부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을 탈퇴는 하지 않겠다는 게 그리스의 확고한 입장이다.

결국 그리스 사태는 ‘부채탕감’을 둘러싼 양측의 재협상을 분수령으로 ‘그렉시트(GrE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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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협상, 핵심안건은 부채탕감 =채권단은 지난달 28일 제시했던 최종안과 유사한 수준의 구제금융 긴축 프로그램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리스 정부는 채무 일부 탕감을 우선적으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빚을 줄이면 갚아야할 부담도 줄고, 그만큼 긴축을 덜 해도 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앞서 그리스 부채 탕감 필요성을 지적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가 공개됐을 당시에도 “30%의 부채탕감과 만기 20년 연장이 빚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긴축정책의 강도도 주요 안건이 될 수 있지만, 결국 부채탕감의 정도에 따른 종속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 빠듯한 시간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5일 CNBC와 인터뷰에서 매우 긴박한 상황에 있음을 ‘24시’에 비유해 “24시에는 우리가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가 서두르는 이유는 각종 채무의 상환일정이 임박해서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고, 오는 10일에는 단기국채(T-bill) 20억유로를 차환해야 한다. 13일에는 IMF에 4억5000만유로를 추가상환해야 하고, 14일에는 116억7000만엔을 갚아야 한다. 17일에는 지난해 발행한 3년물 국채에 대한 이자 7100만유로가 있다.

특히 20일 만기가 도래하는 ECB에 대한 35억 유로의 채무를 갚지 못하면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이 중단될 수 있다. 그동안 그리스 경제는 ELA로 연명해왔다. 이 돈이 끊기면 그리스의 유로화 금융은 끝장이 난다.

ECB가 자금줄을 끊는다면 그리스 중앙은행은 차용증인 IOU를 발행하고 협상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의 IOU는 국내 결제는 가능하나 대외 지급결제는 할 수 없다. 가치하락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IOU를 지속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드라크마 도입될까 =그리스가 유로화로 공무원 월급과 연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자체화폐인 드라크마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몇 달 간은 관광수입 등으로 드라크마화가 유로화와 동등하게 버티겠지만 결국 통화가치가 30~40%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내 경제의 물가상승을 부를수밖에 없고 베네수엘라와 같은 수백%의 인플레이션도 감내해야 할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그리스가 자체 통화를 도입할 때 장점은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드라크마화를 찍어낼 수 있고 공무원 임금과 연금도 새 화폐로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찍어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드라크마화로의 전환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지난 1999년 유로화를 채택했을 당시도 정착까지 3년이란 과도기가 필요했다. 리처드 포츠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블룸버그에 “역사적 전례를 비춰봐도 통화 변경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경우 신속하게 전환할 역량이 있는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렉시트 가능할까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부활시키는 상황까지 가더라도 그렉시트는 쉽지 않다. 자체화폐를 쓴다고 해도 유럽연합에서의 이탈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국이 그 예다.

게다가 치프라스 총리도 그리스의 그렉시트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그리스 마케도니아대 사회경제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그리스인 81%가 유로존 잔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리스가 스스로 걸어나가지 않는 한 유로존에서 그리스를 내보내기란 쉽지 않다.

만약 EU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내쫓으려려면 EU 설립조약 352조가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이 조항은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할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유로존 회원국들도 그렉시트가 유로존에 미칠 수 있는 연쇄적인 파장을 고려하고 있어 그리스가 당분간 유로화를 쓰지 않아도 유로존 회원국으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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