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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상한선 탓에 국산폰만 '울상'이라는데...동네북 '단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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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보조금 상한선 탓에 판매 부진" vs 정부 "출고가 인하부터"…단통법 개정 '사회적 합의' 전제돼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말기 유통법)이 다시 논란이다. 이번에는 ‘제조사발’. LG전자가 최근 정부에 단말기 유통법에 규정된 ‘보조금 상한선’을 폐지해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한 게 발단이다. 정부가 단말기 지원금 최고액수(33만원)을 규정한 탓에 마케팅 경쟁이 제한돼 국내 단말기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 ‘아이폰’만 수혜를 입고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단말기 제조사별 점유율까지 공개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머니투데이

/출처=미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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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보조금 상한선 탓에 판매 부진” vs 정부 “출고가 인하가 먼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개한 국내 단말기 시장 점유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6’ 출시 초기 국내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6’와 LG ‘G4’ 출시를 전후로 국내 제조사의 점유율은 아이폰6 출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표 참조) 보조금 상한선 탓에 국내 제조사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항간의 주장을 반박한 데이터다.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아이폰6 출시 전 5.3%에서 올해 6월 현재 13.1%까지 올랐다.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 영향보다 LG유플러스가 아이폰 판매대열 합류했고, 국내 선호도가 높은 대화면 아이폰6+이 출시되는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LG전자의 분석은 다르다. 미래부가 공개한 점유율 현황은 아이폰의 경쟁모델인 프리미엄폰 판매가 늘었다기보다 중저가폰 판매가 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것. LG전자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 때문에 고가폰에 대한 보조금이 제한돼 프리미엄폰 자체에 대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며 “아이폰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데다 지원금 자체가 상한제 시행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판매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LG전자 주장을 종합하면, 보조금 상한제 탓에 소비자들이 가장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도 최대 33만원(대리점 자체지원금 제외) 밖에 받을 수 없어 국산 프리미엄폰 판매가 부진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프리미엄폰 판매 부진 이유를 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이 원인이라면 출고가 인하가 우선돼야 할 것”이고 재반박했다.

◇‘동네북 신세 규제법’…무엇을 취할 것이냐

단말기 유통법은 시행 6개월을 지나며 비판이 잠잠해지는 듯 했다.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20%)을 선택한 가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며 합리적 소비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역과 시간에 따라 수시로 발생했던 ‘보조금 대란’이 거의 자취를 감추면서 이용자 차별행위가 그만큼 줄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데이터중심요금제 출시 역시 법 영향이 크다. 보조금에 쏠렸던 시장 경쟁이 요금제, 서비스 경쟁으로 바뀐 셈이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여전히 공존한다. 주기적인 번호이동으로 최신폰을 갖는 걸 즐겼던 이용자, 발품을 팔아서라도 좀 더 싼 가격에 최신 폰을 구매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았으니 이들이 단말기 유통법을 반길 리 없다. 이용자들의 평균 단말기교체 주기가 빠를수록 이익인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 규제법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정치권이 나서 앞뒤 가리지 않고 ‘가계통신비 절감’만 외치는 통에 통신 소비문화·시장 생태계 변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시장에 제동을 거는 법이 만들어졌고, 결국 이런 법이 ‘동네북’ 신세가 되는 일은 예견됐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법을 만든 취지는 소비패턴을 합리적으로 바꿔 가계통신비를 줄여보자는 의미였지만, 이는 동시에 휴대폰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필연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지원금 경쟁, 시장 경쟁을 인정하는 통신소비 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성연광 기자 saint@mt.co.kr, 강미선 기자 ri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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