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아무래도 이상하다, 게임이 일부러 져준 것 같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편집자주] 온라인·모바일게임의 가장 큰 약점은 게이머가 공략법을 파악하면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콘텐츠를 바꿀 수 없다. 캐릭터·배경 기획부터 SW코딩까지 원 게임을 변경하는 데 수 개월이 걸리는 데다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최근 이를 보완할 인공지능(AI) 게임 엔진이 개발사 사이에서 화두다. 지난해 11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AI를 언급하면서 큰 주목을 이끌었다. AI 엔진은 게이머 특성에 맞춰 자동·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생성한다. 어제 한 게임과 오늘 할 게임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것. AI에 기반한 미래 게임은 어떤 모습일까. 노범석 메카게임즈 대표가 인공지능 벤처모임 '메타아이디어' 회의에서 진행한 강연과 이수화 코그렌·인공지능 연구소 대표와의 인터뷰, 넥슨 왓스튜디오 이은석 디렉터가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발표한 내용 등을 토대로 AI 게임을 가상으로 구성해봤다.

[인공지능(AI) 엔진으로 만든 게임, 이렇게 바뀐다.]

머니투데이

[자료사진]게임 헤일로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 캐릭터 '코타나'/사진=MS


홍게임 군은 굼뜨던 게임 속 몬스터가 어제와 달리 잽싸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당황한다. 은빛 갑옷도 입었고, 크기가 자기 키만한 검도 지녔다. 어제 본 몬스터는 자취를 감췄고, 중무장한 몬스터가 그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다.

홍 군은 "같은 장소에서 만난 몬스터가 12시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놀랍다"며 감탄했다. 게임 서버 내 '통합형 인공지능(AI) 엔진'이 홍 군의 캐릭터 능력치(A급)에 맞춰 몬스터의 공격성을 배가 시킨 것이다.

홍 군은 "어젯밤 잠 들기 전에 10분 정도 게임을 했는 데 그때 전략이 모두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방 전력을 미리 살피기 위해 '맛보기 대결'을 벌인 AI의 꾐에 빠진 거였다. 홍 군은 이날 몬스터의 거센 반격에 캐릭터를 잃었지만 "이제껏 경험해 본적 없는 화끈한 대결이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AI 엔진의 '콘텐츠 자동생성 기능'이 게이머의 공격 패턴, 움직임, 레벨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적절한 대결을 성사시킨다. 난이도를 조절하고, 환경 등의 콘텐츠를 게이머 취향에 맞춰 새롭게 생성한다. 이른바 '개인화'를 이뤄낸 것이다.

AI 엔진은 이밖에도 △플레이어 모델링 △자동 유료화 △게임 전략화 △음성 및 텍스트 인식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AI 게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게임 접속율 및 잔존율이 이전보다 두세배씩 뛰었다.

이는 AI 게임이 게이머들의 소셜네트워크(SNS)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때론 게이머들의 대화창에 끼어들어 경쟁을 부추긴다. 영화 '그녀(HER)'에서 컴퓨터 인공지능 OS(운영시스템)가 수 천명의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과도 같다.

홍 군도 게임에 접속하면 자기에게 말을 거는 '게임속 여친' 나수다 양이 그를 반긴다. 나수다 양은 홍 군이 게임을 즐기는 내내 각종 정보를 전달한다. "친구 A군이 방금 B스테이지에서 무적검 아이템을 획득했어, 그쪽으로 가봐", "방금 친구 C군 레벨이 한 등급 떨어졌어, 이젠 네가 이 그룹에서 최고야"라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나수다 양은 알고 보면 '두 얼굴의 여친'이다. 나수다 양은 홍 군이 친구들과 주고 받는 작전 내용을 엿듣고는 AI 엔진에게 일러준다. 그러면 AI 엔진은 홍 군팀 전략에 맞설 맞불 전략을 실시간으로 코딩한다.

만일 SNS에 대화내용에 "왜 이렇게 안 되지", "오늘 참 운이 없네" 등 부정적인 감정을 표하는 단어가 섞여 있을 경우, AI 엔진은 홍 군에게 큰 선물아이템을 전달하거나, 전력이 약해진 몬스터를 내보내 일부러 져준다. AI 개발 업계에선 이를 '접대골프' 모드라고 부른다.

AI 엔진의 SNS 텍스트인식 기능은 게임의 새 콘텐츠를 만드는 데도 활용된다. "'쥬라기월드'처럼 공룡들이 나오는 배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리면, 다음날 그와 같은 배경이 생성되는 식이다.

AI 엔진은 게이머와 상호작용으로 게임 난이도를 조절한다. 상위급 게이머는 새로 접한 게임의 레벨1 단계부터 거치지 않아도 된다. 게이머 이력을 파악한 AI 엔진이 적당한 수준의 레벨로 안내한다. 게임 초급자에겐 각종 아이템을 추천한다. "이 무기로 플레이 해보지 않을래요?"라고 친절히 물으며, 유료아이템을 자연스럽게 권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넷플릭스의 큐레이션 서비스가 게임에 적용된 후로 게임사들의 매출도 급부상했다.

유료아이템을 파는 방식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물건을 살지도 예측한다. 또 현재 수준에서 구매할 최적의 무기도 추천해 준다. "F라는 권총 아이템을 사면 네가 스테이지6 단계까지 가는 데 이틀 정도 걸리지만 안 사면 일주일은 넘게 걸릴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이템 강화 확률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적극 제공한다.

"지금 네 게임머니는 이 아이템을 구매할 정도로 충분치 않아, 하지만 내가 빌려줄 수 있어, 대신 너는 스테이지7번에 이를 때까지 이 게임을 절대 멈춰선 안돼."

이처럼 때로는 외상으로도 판매한다. AI 엔진에는 '판매조건 설정' 기능이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

홍 군은 3차원(D)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인 '삼성 기어VR'과 각종 웨어러블(Wearable, 입는) 기기를 통해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치를 향상시킨다. 태권도 발차기와 유도의 매치기 동작을 하면 캐릭터가 이를 자동 모델링해 게임 속에서 그대로 구현한다. 최근에는 '애플워치' 등 휘트니스 밴드가 이 같은 입력기능을 지원하면서 스포츠 온라인게임들이 더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류준영 기자 joo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