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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광복70년> 역사시계 거꾸로 돌리는 아베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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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식민지배·침략에 모호한 태도…자민당은 전범단죄재판 검증

전후 70년 담화에 주변국·일본 시민사회 우려 반영여부 관심

연합뉴스

지난 4월말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아베 총리. 아베 총리는 당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거론하지 않았다. (AP.연합뉴스.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전후 70주년인 올해 들어 자주 "앞선 대전(2차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에 입각한 "미래지향"을 거론했다.

'미래지향'이란 말에는 2차대전 패전국의 멍에를 떨치고 정규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를 만드는 이른바 '전후체제(2차대전 패전의 결과로 형성된 평화헌법 체제) 탈피' 목표가 투영돼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그 전제인 '반성'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과오를 인정한다는 의미인지는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아베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헌법 해석 변경을 단행함으로써 해외 무력행사의 길을 열었다. 민주화한 일본이 다시 세계를 향해 칼을 뽑았던 군국주의 시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는 견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모색해야할 때 아베 정권이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의 과오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수정주의적 역사인식을 보임으로써 양국민의 마음에 '벽'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우선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2013년 4월 국회발언과 같은 해 12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통해 수정주의 역사관의 일단을 드러냈다.

또 무라야마(村山) 담화(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의 전후 50주년 담화)를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지만 국회 답변 등 계기에 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을 명확히 인정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전후 70주년을 맞아 미국, 중국 등 과거 적이었던 대국과의 외교를 의식한 듯 올들어 아베 총리가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아끼는 가운데 최근에는 아베 총리가 총재로 있는 집권 자민당이 전면에 나섰다.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일명 도쿄재판)의 검증에 나서고, 아베 총리에게 '군위안부는 성노예'라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에 맞설 것을 제언키로 하는 등의 움직임이 그 예다.

여기에 더해 학교 현장에서도 일본의 가해 사실이 흐려질 우려가 생겼다.

작년 1월, 아베 정권이 근현대사와 관련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개정함에 따라 지난 4월 검정을 마친 일부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과거사 기술의 퇴보가 이뤄진 것이다.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이 한 교과서의 군위안부 기술에 추가됐고, 간토(關東)대지진(1923년) 당시 조선인 학살 피해자가 수천명에 이른다는 기술에는 '자경단에 의해 살해된 사람 수는 230여명'이라는 당시 일본 사법성 통계가 추가됐다.

'가해의 역사'를 '피해의 역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 전쟁 반성 박물관이었던 오사카 국제평화센터(일명 피스 오사카)의 전시물에서 지난 4월 일제히 '침략'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또 2차대전 말기 연합군의 오사카 공습에 대한 전시 및 체험 공간이 전쟁 반성 관련 전시물을 대체했다.

하지만 민간을 중심으로 역사를 직시하려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규슈(九州)대 의대에 지난 4월 미군 포로를 상대로 잔악한 생체실험을 했던 의대 선배들의 만행을 반성하는 전시물이 설치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또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 등 전쟁 무기 생산의 중심지였던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의 가와사키시평화관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식민지배와 침략사를 제대로 배우고 알리려는 학생들의 노력이 담긴 패널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와 군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1993년)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 등 일본 정계의 옛 거목들이 아베 총리에게 식민지배와 침략을 제대로 인정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결국 8월 아베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로 피해를 본 한국, 중국 등 이웃국가들과 또 다른 피해자인 일본 민중의 우려가 얼마나 반영될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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