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중남미에서 동유럽까지'…전세계서 '불법 이민과의 전쟁'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자리 부족·정체성 상실 우려 등으로 반이민 정서 확산

연합뉴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불법 이민을 차단하거나 이미 정착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작업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의 부진이 지속하면서 불법 이민자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노력이 가속하고 있다.

오래전에 입국해 삶의 터전을 잡은 불법 이민자를 축출하려는 범정부 차원의 작전이 중남미 카리브 해의 작은 나라인 도미니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미니카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아이티에서 많은 사람이 넘어왔으며 전통적으로 도미니카 인과 아이티 인이 평화롭게 공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미니카 정부의 방침이 바뀌어 아이티 출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도미니카 인인 집주인은 아이티 출신에게는 집을 빌려주지 않으려 하며, 아이티 출신 여성과 결혼한 도미니카 남성은 이산가족이 될 두려움에 떨고 있다.

도미니카 정부가 '평화로운 공존'을 포기하고 수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기로 한 것은 도미니카 국민의 정서와 맞물려 있다. 즉 아이티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소득도 줄어든다는 위기감이 발동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것이다.

이런 정서에 편승해 다닐로 메디나 대통령이 재선을 위한 승부수로 불법 이민자 축출을 내세우면서 추방 작전이 가속했다.

도미니카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아이티로 돌아간 불법 이민자는 3만1천 명에 이른다.

뉴욕타임스는 불법 이민과 전쟁하는 나라가 도미니카 뿐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부터 동유럽 국가에 이르기까지 이민을 막는 작업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추진된다는 것이다.

헝가리는 세르비아에서의 이민을 막으려고 109마일 담 설치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으며, 불가리아는 터키와의 국경 지대 담을 80마일 연장하기로 했다. 호주에서는 파푸아 뉴기니에서 온 이민자를 돌려보내고 있고, 멕시코에서 올해 첫 4개월 동안 추방된 이민자는 작년 같은 기간의 2배를 넘는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윌리엄 스윙 사무국장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대규모 이민의 시대에 반이민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민자 때문에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과 9·11테러 이후 나타난 안전에 대한 걱정, 그리고 정체성(Identity)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ungj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