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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꼭꼭~ 밥이 죽이 되도록 씹어 먹어라 … 쑥쑥~ 인지력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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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씹는 게 보약

중앙일보

여러번 씹어 먹어야 하는 식품은 씹는 힘을 길러준다. 채소는 섬유소가 풍부하고 견과류는 식감이 단단하며 말린 과일?버섯은 식감이 쫄깃쫄깃해 도움이 된다. 단, 말랑말랑하고 질긴 껌은 오래 씹을수록 턱 측면 근육을 자극하므로 10분 이내로 씹는다. [사진 서보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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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씹어 먹어야 하는 식품은 씹는 힘을 길러준다. 채소는 섬유소가 풍부하고 견과류는 식감이 단단하며 말린 과일·버섯은 식감이 쫄깃쫄깃해 도움이 된다. 단, 말랑말랑하고 질긴 껌은 오래 씹을수록 턱 측면 근육을 자극하므로 10분 이내로 씹는다. [사진 서보형 객원기자]현대인의 씹는 힘이 위기에 빠졌다. 오래 씹지 않아도 되는 부드러운 가공식품을 즐기고, 꼭꼭 씹어 맛보는 여유를 잃어간다. 씹는 자극은 건강을 깨우는 신호다. 어린이에게는 치열이 바르게 배열되도록 돕는다. 노인에게는 뇌를 자극하는 기초 운동이 된다. 타액을 충분히 분비시켜 미각 세포를 자극하고 소화흡수를 돕는다. 꼭꼭 씹어먹는 습관을 들이면 맛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건강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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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힘 떨어지면 인지력 약해져

대충 씹어 넘기는 습관은 여러 부작용을 몰고 온다.

첫째, 인지력이 약해진다. 꼭꼭 씹는 것은 뇌를 운동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이효정 교수는 “씹는 자극은 뇌로 가는 혈류를 늘린다”며 “학습·기억의 중요한 부위인 전전두엽과 해마의 혈중 산소 농도를 올린다”고 말했다. 이때 분비되는 것이 세로토닌·히스타민·아세틸콜린 같은 다양한 뇌 신경전달물질이다.

이효정 교수팀이 60세 이상 노인 510명을 대상으로 저작력과 인지 기능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씹는 기능이 약할수록 기억력과 시공간 구분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쪽으로 잘 씹는 노인에 비해 틀니를 사용한 노인은 시공간 능력이 3% 줄었다. 한쪽으로만 씹을 경우엔 6%, 전혀 씹지 못하면 15%까지 떨어졌다. 이효정 교수는 “치아에 전달되는 힘이 줄어들어 뇌 신경을 자극하는 강도가 떨어지고 뇌 혈류량도 감소한 탓”이라고 말했다.

둘째, 성장기에 무른 음식만 먹거나 빨아먹는 습관을 들이면 치아 배열이 망가질 수 있다. 안면에는 저작근육이 있다. 근육의 한쪽은 머리뼈에, 다른 한쪽은 아래턱에 붙어서 씹을 때마다 턱을 움직인다. 성장기 때 치아가 바르게 자리 잡으려면 씹기를 통해 아래턱이 발달하고, 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아래턱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하면 턱뼈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좁으면 치아가 겹쳐 나거나 옆으로 눕고,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맞지 않기도 한다. 관악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김지락 임상교수는 “얼굴·턱의 골격이 작아지는데 치아의 크기·개수는 변화가 크지 않아 부정교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노인에겐 영양실조와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된다. 이효정 교수는 “씹는 것은 음식물을 작게 부숴 타액 속 소화효소와 충분히 섞는 소화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 특히 노인은 이가 부실해 저작기능이 떨어지면 식욕까지 떨어져 영양실조가 온다.

섭취량이 충분하더라도 꼭꼭 씹어 넘기지 않으면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틀니를 착용한 노인의 경우가 그렇다. 경희대치과병원 어규식(구강내과) 교수는 “틀니 때문에 불편하다고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면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입술·혀·볼 운동능력이 떨어져 침이 입술 밖으로 흐른다.

성장기 저작훈련이 저작력 첫 단추

씹는 힘을 기르는 첫 단추는 성장기 저작 훈련이다. 위·아래 치아가 잘 맞지 않고, 씹는 근육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면 씹는 힘이 약해진다. 김지락 교수는 “저작훈련은 윗니와 아랫니 교합이 틀어진 부정교합을 예방·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치아 배열은 치아를 둘러싼 입술·뺨·혀 등 구강 주위 근육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영구치가 자리를 잡는 시기는 보통 7세부터다. 큰 어금니를 시작으로 영구치 배열이 시작한다. 아이가 잘 씹어 먹게 하려면 요리할 때 재료를 조금 크게 썰거나 요리 위에 땅콩·호두 같은 견과류를 뿌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 좌우 치아를 골고루 사용해 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 김지락 교수는 “구강 주위 근육에 가해지는 압력이 균형을 이루면 부정교합이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밥을 먹을 때는 입안에서 죽이 될 때까지 씹어 삼키는 것을 권한다. 리파아제·아밀라아제 같은 각종 소화·살균효소가 함유된 타액은 많이 씹을수록 잘 분비된다. 어규식 교수는 “침샘은 저작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활성화한다”고 말했다. 경희대치과병원 실험에서 20번을 씹었을 때 침 분비량은 1.1mL인 반면 100번을 씹었을 때는 2.1mL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타액에는 칼슘·인처럼 치아를 구성하는 물질도 포함돼 있다. 유아기부터 음식물을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다. 타액은 미각세포를 자극해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한다.

껌 씹기는 어떨까. 야구 중계를 보면 선수와 감독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긴장을 푸는 모습을 쉽게 접한다. 알렉스 퍼거슨 전 축구 감독은 ‘껌거슨’이란 별명이 있을 만큼 습관적으로 껌을 씹었다. 어규식 교수는 “껌을 씹는 것도 뇌를 자극하는 방법 중 하나”라며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순간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타액 분비가 잘 안 돼 씹기에 어려움을 겪는 구강건조증 환자는 수시로 무설탕 껌을 씹는 것을 권한다.

껌 씹기가 뇌 자극에 효과는 있지만 오래 자주 씹는 건 권하지 않는다. 어규식 교수는 “보통 무설탕 껌을 10분 내외로 씹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껌, 마른 오징어처럼 부드럽고 질긴 음식을 오래 자주 씹는 습관은 아래턱 모서리 부위의 근육(교근)을 조금씩 비대하게 만든다. 자칫 사각턱이 될 위험을 높인다. 어규식 교수는 “턱관절이 안 좋으면 껌을 씹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보톡스·마우스피스로 저작 기능 회복

씹을 때 불편하다면 치과에서 원인을 찾아 치료한다. 한쪽으로만 씹거나 부드러운 음식만 고집하면 저작 기능이 떨어진다. 노인들은 보철·임플란트를 이용해 저작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영양소 흡수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아가 아예 없는 환자도 잘 맞는 의치를 착용하면 고른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어규식 교수는 “틀니를 착용했을 때 다소 불편하다면 새로운 구강 구조에 적응하는 과정이므로 꼭꼭 씹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좌우 저작근의 균형이 깨지면 근육·관절통이 오기도 한다. 김지락 교수는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 때문에 저작근이 균형을 잃었다면 보톡스 주사로 치료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퇴행성관절염 같은 턱관절장애에는 마우스피스 같은 교합안정장치를 활용해 씹는 힘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씹는 근육이 통증을 유발해 씹기가 불편하면 턱관절을 교정하는 스프린트 장치를 착용해 근신경계를 치료한다.

이효정 교수는 “6개월에 한 번 치과에서 어린이는 이가 제대로 나고 있는지, 성인은 교합·턱관절장애 같은 저작 문제가 있는지 기본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씹는 힘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ng.co.kr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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