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기름없이 태평양 7212㎞ 횡단… 태양광 비행 한계를 넘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솔라 임펄스 2’ 세계 최장 무착륙 단독비행 기록 갱신

태양전지 1만7000개 동력 활용

나고야∼하와이 117시간52분

조종사 “하루 20분만 자고 버텨”

재생에너지 홍보 목적 세계일주

피닉스·뉴욕·아부다비 회항 남아

117시간52분. 태양광 에너지로만 하늘을 나는 비행기 ‘솔라 임펄스 2’가 세운 세계 최장 무착륙 단독비행 기록이다. 지난 3월 세계 일주에 나선 솔라 임펄스 2는 닷새간 태평양을 건너 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솔라 임펄스 2는 이날 오후 118시간에 달하는 비행 끝에 하와이주 호놀룰루 외곽 카폴레이의 칼렐루아 공항에 착륙했다. 지난달 28일 일본 나고야에서 이륙한 이 비행기는 쉬지 않고 7212㎞를 날았다. 하와이 착륙은 지난달 하와이주가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내용의 법을 만든 것을 기념해 이뤄졌다.

세계일보

이번 착륙으로 솔라 임펄스 2는 태양광 비행기의 역사를 새로 썼다. 태평양 상공인 나고야∼하와이 구간은 비상착륙이 불가능해 솔라 임펄스 2의 세계 일주 여정 가운데 가장 어려운 미션으로 꼽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무착륙 단독비행 기록도 세웠다. 이전 기록은 2006년 미국인 스티브 포셋이 76시간45분을 비행한 것이었다.

이 같은 장시간 비행에도 스위스 출신 조종사 앙드레 보르슈베르그(62)는 끄떡없었다. 그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피곤하지 않다. 이제 그 누구도 재생에너지가 불가능에 도전할 수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솔라 임펄스 2를 제작한 스위스 솔라 임펄스사의 최고경영자(CEO) 보르슈베르그는 비좁은 조종실(면적 3.8㎥)에서 최고 섭씨 37도에 달하는 무더위와 싸우며 조종간을 잡았다. 그는 자동항법장치를 켜놓고 하루 20분 동안만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보르슈베르그는 장시간 비행을 버틴 비결로 요가를 꼽았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요가를 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요가는 태평양을 횡단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데 버팀목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하루 20분에 불과한 수면 시간을 쪼개 조종실에서도 틈틈이 요가를 했다.

솔라 임펄스 2는 지난 3월9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태양광 비행기로는 최초로 세계 일주에 나섰다.

원래 5개월간 12차례 이착륙을 거쳐 세계 일주를 끝낼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하와이로 가는 여정을 시작하자마자 기상여건이 악화돼 나고야에 긴급 착륙해 약 1개월간 머물렀다. 현재까지 254시간57분 동안 1만7826㎞를 날았다.

이 비행기는 폭 72m의 양 날개에 장착된 태양전지 1만7000개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동력 삼아 비행한다. 낮에 9000m 상공으로 올라가 충전한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밤에는 고도 1000m로 낮게 비행하는 식이다.

솔라 임펄스 2는 하와이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100시간 동안 4700㎞를 날아 미국 피닉스로 향한다. 이번에는 보르슈베르그와 교대로 조종간을 잡는 베르트랑 피카르 솔라 임펄스 회장이 비행에 나선다. 피닉스와 뉴욕을 거쳐 내년 3월쯤 출발지인 아부다비로 돌아가면 3만5000㎞에 달하는 세계 일주를 끝마치게 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