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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이언스 인 미디어]오블리비언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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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영화 오블리비언에 등장하는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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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 ‘오블리비언’은 2013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로 외계인 침공으로 창백해진 지구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톰크루즈의 화려한 액션을 만날 수 있다.

오블리비언(Oblivion)은 영어로 ‘망각·의식하지 못하는 상태’ 등의 뜻을 갖는다. 주인공 톰크루즈는 외계인 침공으로 멸망한 지구의 바닷물만 챙겨서 먼 우주로 이민을 떠나려는 인류의 정찰병 노릇을 한다. 거대한 비행물체가 바닷물을 퍼담는데, 저항세력이 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지키는 임무를 맡는다. 그는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과거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오로지 명령에만 복종하도록 길들여졌다. 영화 제목은 이러한 주인공 상황과 맞닿아 있다.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톰크루즈는 뭔가 자신을 둘러싼 음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자신과 대립하던 저항세력에 몸을 맡기게 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음모를 꾸미는 세력과 저항하는 세력 간 전투로 치닫는다. 여기서 음모세력 전투를 담당하는 게 바로 ‘드론’이다. 동그란 구 모양 드론은 엄청난 파괴력과 무시무시한 속도로 저항세력을 공포에 빠뜨린다. 실제로 이런 드론이 존재한다면 어지간한 군부대 하나 정도는 너끈히 상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론(Drone)은 원래 원격 조종되는 ‘무인비행기’를 의미한다.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 비행기를 연습용으로 개조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이후 정찰기로 사용된 드론은 2000년대 들어 공격용으로 진화한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산악이나 밀림 지역을 중심으로 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하는 드론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알카에다 체포 작전 등에 드론을 사용한 것은 드론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언젠가부터 드론은 산업용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물류 업체들이 배달용으로 드론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 드론이 물류 배송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국토가 좁은 탓에 물류보다 취미용으로 드론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더욱이 비행물체가 마음껏 하늘을 날기 위해선 많은 규제가 풀려야 하기 때문에 실제 드론 상용화까지는 더욱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드론 열풍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드론이 엄청난 산업적 기회를 가져다줄 것처럼 부풀려진 부분도 없지 않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드론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때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열기는 한순간에 식을 수도 있다. 그러면 영화 오블리비언의 마지막에서처럼 드론은 힘차게 하늘을 날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추락의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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