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집도 모자라 車까지 맡기는 서민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부친의 병환으로 급전이 필요해진 직장인 김 모씨는 한 저축은행의 자동차담보대출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봤다.

개인신용대출보다 훨씬 낮은 금리라는 유혹에 넘어가 필요한 금액보다 많은 돈을 빌렸지만 막상 갚으려 하니 대부업체와 별 차이가 없는 고금리였던 것. 결국 제때 이자를 내지 못한 김씨는 아끼던 자동차를 저축은행에 압류당하고 말았다.

집도 모자라 자동차까지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서민이 늘어나고 있다. 고금리 이자를 내지 못해 담보로 맡긴 자동차를 뺏기는 일도 갈수록 늘어나면서 자동차담보대출에 대한 관계당국의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담보대출 규모는 2010년 443억원에서 지난해 5205억원으로 4년 새 1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 먹거리를 찾는 데 혈안이 된 저축은행·캐피털 업계에서 자동차담보대출 상품을 앞다퉈 쏟아내면서 올해도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최근 아주·HK·스마트·오케이저축은행 등은 자동차담보대출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선정해 집중 홍보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등 주요 캐피털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자동차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 훨씬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어 서민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앞다퉈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출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연 5.9%에서 21.9% 사이로 2금융권 신용대출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대출한도는 최저 3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으로 신용대출보다 많기 때문에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이 현금을 빌려주고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간 경쟁으로 대출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자동차를 압류당하거나 회수당하는 일도 늘고 있다.

5월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자동차담보대출 중 연체와 채무불이행으로 경매·추심 등에 의해 회수된 자동차가 1336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도 2010년 1.3%에서 지난해에는 5.0%로 급증했다. 일반 대출 연체율이 올해 5월 기준으로 0.69%임을 감안할 때 자동차담보대출 연체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자동차명의대출(Auto Title Loan)이 크게 늘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연간 200만명이 자동차 명의를 이용한 대출을 받고 있다. 대출 9건 중 1건은 차를 뺏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10% 전후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에 은행까지 진출하면서 틈새시장인 자동차담보대출 시장을 놓고 2금융권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시장이 과열될 경우 무책임한 대출 승인이 많아지고 차를 뺏길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복합할부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담보 대출은 중고차 판매나 장기 렌터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신규 사업"이라고 말했다. 모처럼 수익을 낼 만한 거리를 찾은 캐피털업체가 자동차 담보 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지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