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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월드리포트] 日 세균덩어리 '가짜 모유' 충격…렌사 구균 100~1,00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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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안전 대국, 일본이 세균 덩어리 '가짜 모유'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습니다.

'신선한 모유'라며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는 일부 '냉동 모유'가, 사실은 소량의 모유에 분유와 물을 섞어서 만든 '가짜 모유'로 밝혀졌습니다. 단지 가짜일 뿐만 아니라 위생상으로 큰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일반 모유의 100~1,000배에 이르는 렌사 구균 등이 검출됐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유아에게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입니다. 또 실제 모유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베타 락토글로불린'이 나왔습니다. 젖 알레르기가 있는 유아에게 쇼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검사를 담당한 쇼와대 고토토요스병원과 일본식품분석센터 측은, "극히 위생상태가 불량한 곳에서 제조, 보관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 병원성이 강한 균은 아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 섭취한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유아에겐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절대 먹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도쿄에 사는 주부의 제보를 받아, 연구기관 검사를 거쳐 어제(3일) 특종보도한 내용입니다. 보도에 나온 문제 사이트 외에도 모유 판매 사이트가 여러 곳 있어서, 검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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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인터넷의 각종 모유 판매 사이트들

제보를 한 A씨는 올해 2월에 첫 아이를 출산한 30대 주부입니다.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A씨는 고민이 컸습니다. 일본에서도 모유 열풍이 불어서, "생후 1년까지는 모유만 먹여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상식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까지 느꼈다는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인터넷 모유 판매 사이트를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모유와 분유를 섞어 먹여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100% 모유가 아니라 일부 섞어 먹이는 방법도 모유육아로 충분히 부를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신선한 모유'라고 광고하는 인터넷 모유 판매사이트였습니다. 냉동보관 '4개월짜리' 모유는 50ml 한 팩에 5,000엔, '6개월'은 4,500엔, 1년짜리는 3,000엔에 팔고 있습니다. 50ml 한 팩에 우리돈으로 4만~5만 원이나 하니까 상당한 고가인 셈이죠.

A씨는 2만 엔을 내고 '4개월짜리' 모유 4팩을 구입했습니다. 첫번째 팩을 아이에게 먹였는데, 분유 때보다 훨씬 잘 먹어서 마음이 놓였다고 합니다. 문제는 냉동보관했던 두번째 팩을 해동할 때부터였습니다. 하얀 분말이 나타났고, 맛을 보니 분유보다 훨씬 달았습니다. 이상을 느낀 A씨는 나머지를 모두 버리고, 언론에 제보했습니다.

A씨는 검사 결과를 전해듣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또 "모유에 집착한 자업자득이지만,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 엄마들에 대한 악질적인 사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A씨가 특히 분노한 것은 모유 판매 사이트에서 보내 온 편지 때문입니다. 주문한 냉동 모유와 함께 편지를 보내왔는데, "음식과 생활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틀림없이 맛있는 모유일 겁니다."라는 내용입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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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동 모유 판매 사이트 측에서 A씨에게 보내 온 편지 (일본 마이니치신문 자료)

그런데 정작 홈페이지에는 '모유목욕(母乳風呂)'용이라고 돼 있습니다. 먹을 수도 있지만 '자기 책임'이라는 식으로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서 주문한 사람에게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편지를 보낸 겁니다.

인터넷 냉동 모유 매매가 일본 만의 일은 아니죠. 우리나라에서도 심삼찮게 볼 수 있는 광고이고, 미국과 중국에서는 꽤 유망한 사업인 양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론 신뢰성과 위생상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냉동 모유를 먹고 성병이 옮았다는 황당하고 무서운 보도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냉동 모유에 소 DNA가 나왔다는, 즉 우유를 섞어서 팔고 있다는 고발 뉴스도 최근 나왔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모유 판매 관련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감시안전과는 "모유는 체액이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다. 식품위생법을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근본적으로 식품으로 분류해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는 상황입니다.

애매할 때는 상식과 원칙을 생각하면 되겠죠. 상품으로 파는 것을 허용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기준과 규율이 모호한 상황이면 상품으로 파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두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한국 보건당국도 미리 점검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선호 기자 choi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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