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한국형 슈퍼컴퓨터' 탄생 초읽기…해외 기술 의존도 낮춘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존 카우웨 생물학교수팀은 최근 치매 환자 1만7008명과 일반인 3만7154명의 방대한 건강자료를 슈퍼컴퓨터로 비교분석, 혈압강하제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란 연구결과를 얻었다. 즉,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체중, 고혈압 등 치매 위험요인들이 실제 치매와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사용한 것이다.

'한국형 슈퍼컴퓨터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신약개발이나 유전체 및 소비자 행동 분석 등 빅데이터 활용범위가 넓어진 가운데 그동안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슈퍼컴퓨터의 국산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 특히 슈퍼컴퓨터는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핵심기술이 집약된다는 점에서 한국형 슈퍼컴퓨터 탄생은 우리나라가 ICT 선진국이란 점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한국형 슈퍼컴퓨터' 탄생 초읽기
5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관련 학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중심으로 슈퍼컴퓨터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고성능 컴퓨팅 발전 포럼'이 출범했다. 강성모 KAIST 총장이 위원장으로 직접 나선 이 포럼은 오는 10월까지 한국형 슈퍼컴퓨터 관련 공개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갖고, 여기서 수렴된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미래부도 현재 '국가 초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선진화 사업(슈퍼코리아 2020)'의 일환으로 슈퍼컴퓨터 원천 기술 개발 관련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관이 한국형 슈퍼컴퓨터 탄생의 필요성에 뜻을 모은 것이다.

슈퍼컴퓨터란, 초대용량 정보를 초고속으로 생산·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말한다. 일반컴퓨터에 비해 수천~수만배 이상 성능이 좋기 때문에 '초고성능컴퓨터'로도 불린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는 중국의 '텐허2'로 최대 속도는 33.86페타플롭스다. 1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 번의 수학 연산처리를 뜻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 70억 명이 전자계산기로 40시간 동안 작업한 계산량과 같다.

과거 슈퍼컴퓨터는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정보를 처리하거나 대량의 수치계산을 신속·정확하게 해야 하는 기초과학 등 첨단 과학기술 전 분야에 걸쳐 활용되어 왔다.

최근에는 자동차, 반도체, 선박, 항공 등의 설계 및 모의실험에 활용되고 있으며, 실시간 주식 분석 및 경영 컨설팅 등 대규모 사무처리 서비스 분야에서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실제 미국 보잉사의 경우, 슈퍼컴퓨터를 통해 신형 항공기 제작시에 필요한 시험기 제작 대수를 90%나 줄여 비용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현대자동차 등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차량충돌 모의실험을 통해 시작차 제작을 절반 가까이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차량충돌 모의실험시 대형컴퓨터의 경우는 한 달 가까이 소요되지만,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1.5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자동차 개발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관계자는 "학계에서는 이론을 세우고 실험 및 검증을 통해 원리를 규명하는 데 슈퍼컴퓨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지구환경문제나 재난, 신종 전염병 등에 사전 예측을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초전력 등 틈새기술로 선진시장 공략
이처럼 슈퍼컴퓨터의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KISTI의 국가슈퍼컴퓨팅 연구소가 지난 1988년 부터 약 5년 주기로 신규시스템을 도입, 현재 4호기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삼성SDS와 현대자동차 등 민간기업을 비롯해 각 통신사 및 금융기관들이 슈퍼컴퓨터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슈퍼컴퓨터다.

KISTI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슈퍼컴퓨터를 국가 미래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보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2011년 관련 법률을 마련했지만, 시스템 자체 개발 역량이 부족해 대부분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래부와 KAIST 등이 힘을 합쳐 '한국형 슈퍼컴퓨터' 개발에 나섰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이미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전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KAIST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응용을 만들기 때문에 주요 선진국과의 원천기술 개발 격차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즉, 1990년 대 초반 삼성전자 역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이 주도하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지금은 미국 애플과 함께 전 세계 휴대폰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국 슈퍼컴퓨터의 경우, 원자력 발전소 2개를 계속 돌려야 할 정도의 전력이 소모된다"며 "우리는 후발주자인 만큼 이 전력 문제부터 접근해 현재와 다른 응용 처리도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