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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대학가 중심 동성애 포용력↑, "그럼에도 갈 길 멀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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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에서 한 참가자가 광장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미국 연방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에 이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퀴어문화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면서 최근 대학가는 동성애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동성애의 개념을 잘 모르거나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는 성 소수자의 인권문제를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고 있는 것.

이에 각 대학 대나무숲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입장과 비판하는 입장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동성애를 무조건적으로 혐오하는 호모포비아(Homophobia)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던지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 지향 따른 차별 없앤다"…학생 자치적 인권운동 활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 자치적인 인권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외대는 총학생회칙을 개정해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문화했다. 이들은 총학생회칙 제2장 12조(회원의 권리와 의무)에 '본회의 회원은 본회에서 진행하는 자치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이 과정에서 성별·성적 지향·성정체성·인종·사상·종교·장애 등에 의해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김동규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학생회칙이 지난해 전면 개정되면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자 수정에 들어가게 됐고, 올해 1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며 "동성애를 포용하자는 생각에 교내 성소수자 비인준 동아리와 함께 의결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역시 지난해 10월 학부 재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총학생회칙 제5조를 개정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차별 금지 항목에 추가했으며, '모든 종류의 성'이 평등한 학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성소수자차별철폐위원회'를 결성했다.

김근우 고려대 동아리연합회장은 "매년 성 소수자 동아리 '사람과 사람'에서 퀴어 영화제를 개최하는데, 학내 공간 대관에 매번 애를 먹는 상황이었다"며 "불합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동아리연합회, 사람과 사람, 총학생회가 연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성소수자 권익 보호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결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생대표조직에서 중심을 잡고 학생들에게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소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학생 차원의 움직임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1년 '아큐파이 월스트리트'(Occupy Wall street) 운동이 SNS를 통해 세계적으로 확산됐던 것처럼, 해외의 캠페인이나 사회운동 등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 연방 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라는 역사적인 결정이 우리나라 대학 사회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이어 "기성세대는 전통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화가 이뤄진 집단인 것에 반해 젊은 세대는 사회화 과정에서 진보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학습할 기회가 많았고, 따라서 포용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젊은 세대 포용력 높다지만…"오해와 편견 여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지만 그럼에도 갈 길은 멀다.

중앙대 성소수자동아리 레인보우피쉬 대표 아스토(가명)씨는 "성급한 일반화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성 소수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라며 "혐오세력에서 성 소수자를 공격하기 위해 부풀린 것들, 예컨대 '성적으로 문란하다', '성병 확산의 주범이다'와 같은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소수자 및 성소수자 동아리에 대한 학교 측의 지원이 전무하고, 명단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아웃팅의 위험이 따르는 상황"이라며 "동아리 차원에서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먼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슬픈 일"이라고 전했다.

젊은층의 포용력을 기대하기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에 대한 관용도가 낮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구 교수는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은 북한 이탈자, 외국인노동자 등 소수자 집단 중에 가장 인권 보호가 미진한 집단이라는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며 "젊은 층의 포용력이 높지만 아직까지 국제적인 기준과 비교해 봤을 때 인식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 운동 관계자 및 성 소수자 단체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존중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고, 그들도 인간적인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 활동을 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소수자를 존중하고 차별이나 폭력을 금지하는 것은 어느 공동체에서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성 소수자 동아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던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성적 지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스토씨는 "성 소수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단이라는 점을 충분히 어필해야 이들을 존중하기 위한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크게는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고, 작게는 오해를 풀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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