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정치권 파국의 시작은 세월호특별법이었다"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법 개정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위헌 가능성을 거론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7일 국회는 재의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믹타 국회의장단 청와대 접견자리에 해외 의장들을 국내에 초청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외되는 등 입법부와 행정부와의 갈등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처리 과정에서 야당에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를 약속해준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퇴출 직전에 몰려 있다.

사실 국회법 개정 논란은 새삼스러운 문제는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행정입법을 손볼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듯, 정부가 자의적으로 시행령 등을 만들어 입법취지를 왜곡 시키는 일을 바로잡으려고 했던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 논란이 갑작스레 논란이 되었던 것은 사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때문이었다.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당시 여야간의 최대 격돌지점은 박근혜 정부 최대 치적이 될 수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만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시행령이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입법예고 당시부터 정부가 시행령을 만들면서 법의 입법취지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세월호특조위 주요 핵심 위치에 공무원들을 배치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줄곧 제기됐다. 오죽하면 세월호특조위는 물론 야당과 여당 원내대표 조차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에 대해) 정부는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들이 입을 모은 것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과정에서 국가의 잘못은 없는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고쳐야 할 점은 없는지를 규명하는 특조위에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공무원이 주요 핵심 직위를 차지해 진상규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야당 관계자는 5월 공무원연금법 처리 당시에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이야기를 꺼낸 이유에 대해 "정말 아팠던 대한민국에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정치권의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다른 모든 게 안 된다면 최소한 진상규명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조사 1과장 문제만이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연금법 처리 못하면 야당이 비판 받는 걸 우리가 모르겠냐"면서도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야당은 협상 초기 국회법 개정안을 요구하지 않았다. 세월호 진상조사 과정에서 가장 큰 진상규명 책임을 가지고 있는 조사1과장을 검찰 서기관이 아닌 민간인이 맡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요구의 전부였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에 담긴 온갖 문제점은 다 포기하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당은 대통령이 국무위원회의에서 통과시킨 시행령을 며칠 뒤에 다시 수정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이 때문에 여야는 국회 차원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바로잡는 길을 찾기로 했다.

지난 5월29일 여야는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6월 임시회에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점검소위를 구성해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 사항을 점검한 뒤 개정요구안을 마련키로 했다. 당시 여야 합의사항은 3-1은 국회법 개정 3-2는 세월호시행령 문제점 해결 3-3은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 불일이 문제 해결 등을 담았다. 당시 합의사항은 공무원연금법 처리 관련 내용이 1번항에, 본회의 부의 법률 처리가 2번항에,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에 대한 정부측 폄훼에 대한 사과 요구가 4번항에 담겼다. 3번항이 3-1, 3-2, 3-3 등으로 묶여 있는 것은 사실상 이 모든 것은 국회법 개정의 가장 1차적인 목표가 세월호특별법 시정을 위함임을 보여준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청와대의 거부권 시사-국회의장의 중재-정부이송-대통령 거부권 행사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는 다뤄지지 조차 못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농해수위 외 여야 3인으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점검 소위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국회법 개정 논란으로 인해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실패할 경우 결국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손보는 방법을 포기하고 법을 고쳐 시행령의 문제점을 고치는 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치가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의 책임을 도외시하면서 정치권은 입법부와 행정부와 대치와 파국적인 여당내 갈등이라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