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4개월에 300억' 어느 기업털이범의 간 큰 횡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


-코스닥 업체 인수한 뒤 300여억원 횡령한 기업털이범 김모씨
-사채 끌어다 회사어음 현금화식으로 돈 횡령…항소심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돼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초기자금 10억이면 충분했다. 한 기업을 인수하고 그 안에서 수백억을 빼내는 데 말이다. 인수하는 데 들어간 돈은 사채였으니 순전히 자신의 돈도 없이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었다. 인수한지 4개월만에 건설했던 코스닥 기업은 무너졌다. 2010년 느닷없이 상장폐지 돼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을 경악에 빠뜨린 이 기업은 '아구스'다.

이렇게 기업이 급작스럽게 쓰러지게 된 직접적 발단은 아구스 경영진의 키코 투자 손실이었다. 키코 손실금과 매출 감소로 괴로워하던 아구스 대표이사 A씨는 한울회계법인으로부터 '맥스창업투자'라는 투자회사를 운영한다는 김씨를 소개받았고 그에게 경영권과 주식을 넘기기로 했다.

김씨는 계약금 10억원을 먼저 지급한 뒤 나머지 대금은 주주총회 이후 나눠 주겠다고 한 뒤 공범인 천씨를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이때부터 이들의 황당한 기업털이가 시작됐다.

김씨는 우선 160억에 달하는 주식 매수금액이 없었지만 때마다 A씨에게 돈을 줬다. 사채업자로부터 수십억을 빌린 뒤 아구스 명의의 표지어음을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돈을 바로 갚았기 때문이다.

◆거액 사채 끌어다 회사 인수…유상증자까지 하며 회사 '빼먹기'= 이들은 가능한 대로 회삿돈을 빼다 썼다. 업무상 보관 중이던 회사자금 24억원을 빼내는 가 하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대금 40억원이 들어 있는 회사계좌에서 28억을 임의로 사용하기도 했다. 재무총괄이사조차 자신들의 공범이었기 때문에 돈을 빼내는 일은 손쉬웠다.

계속 회삿돈에 손을 대던 이들의 범행은 좀 더 대담해졌다. 이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금을 끌어 모으기로 했다. 김씨는 부동산 투자회사 엠제이디앤씨와 함께 호산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한다며 대규모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엠제이디앤씨는 김씨가 천씨를 시켜 찾은 페이퍼 컴퍼니였다.

유상증자를 담당하는 교보증권에는 그동안 빼돌린 161억원을 반영하지 않은 재무제표를 제출했다. 증권사 직원들이 실사를 오자 이모씨가 사업과 관련된 그럴듯한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모든 내용은 허위였으며 이씨는 페이퍼컴퍼니였던 엠제이디앤씨에 한달 전 채용된 단 한명의 직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온 161억2000만원의 유상증자 자금은 결국 천씨를 통해 김씨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사채와 횡령을 오가는 그들의 행위는 점점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유상증자로 끌어모은 자금도 결국 사채 빚을 갚는데 다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막판에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골프회원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 사채업자에게 갚는 '돌려막기'도 해야했다.

◆회계 감사의견 거절 받으며 모든 사실 드러나…김씨 1심 징역 12년서 10년으로 감형= 결국 아구스는 2009년 회계연도 회계감사해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아구스 이사였던 강모씨는 2010년 3월 천씨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명목상의 대표이사였던 천씨는 김씨의 권유에 따라 출국해 캐나다로 도피한 뒤였다. 천씨는 2012년 2월 캐나다에 거주하다 김씨에 대한 배신감 속에 한국으로 입국한다. 김씨가 '모든 책임을 너로 해놨는데 쉽게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으니 여기서 살라'며 5만4000달러(약 6000만원)만 건넸기 때문이다. 천씨는 2013년 징역 4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구속된 김씨는 결국 지난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김씨가 300억에 이르는 거액의 횡령으로 회사에 심대한 손해를 일으켰고 결국 회사가 상장폐지 돼 다수의 주주들에게 광범위한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김씨의 양형을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김씨의 횡령을 도왔던 아구스의 재무총괄이사 안모씨도 원심의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