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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이어 英 펀드도…전세계 투기자본 '삼성 흔들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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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전쟁 선포 한달만에 헤르메스, 삼성정밀화학 5% 보유 공시…과거 '먹튀' 전례, 향후 행보에 촉각]

미국계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을 공격한데 이어 이번에는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 이상 사들였다. 엘리엇이 삼성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지 불과 한 달 만이다.

연이은 글로벌 펀드의 등장에 세계 각지 투기 자본들의 삼성 흔들기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국 연기금 펀드 운용사인 헤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헤르메스)는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1%(129만5364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다가 이번에 2.1%를 추가 매입하면서 5%를 넘겨 규정에 따라 이를 알린 것이다. 헤르메스는 6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SDI 14.7%, 삼성전자 8.4%, 삼성물산 5.6% 등 삼성계열사와 특수 관계인들이 31.2%를 갖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10%)과 국민연금(5.1%)도 5% 이상을 보유 중이다.

일단 삼성 측은 단순 투자목적일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지배구조 이슈는 아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물산과 달리 주요 삼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삼성은 헤르메스의 다음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아직까지 헤르메스로부터 별다른 연락은 없다"며 "지분 추가 매입 등 헤르메스의 향후 행보와 의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삼성 서울 서초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헤르메스는 이미 삼성과 악연이 있다. 헤르메스는 2003년11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2004년3월6일 삼성물산 주식 777만2000주(5.0%)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삼성그룹 내 삼성물산 지분이 가장 많은 삼성생명(4.8%)보다 높은 지분율이었다.

처음에는 주식매입 목적을 '투자 목적'으로 밝혔지만 이내 경영간섭의 속내를 드러냈다. 삼성물산에 접촉해 △삼성전자 보유지분(3.4%) 매각 △삼성카드 증자 불참 △삼성물산 우선주 소각 매입 등을 요구했다. 경영진 압박을 계속하던 헤르메스는 돌연 같은 해 12월3일 단 하루 만에 보유 지분 전량을 장내 매도했다. 헤르메스가 챙긴 차익은 약 380억원에 달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삼성정밀화학 역시 경영간섭을 계속하며 주가 상승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2004년에도 삼성물산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을 거론하며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헤르메스가 엘리엇과 같은 법무법인 넥서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점도 삼성으로서는 찜찜하다. 김앤장 출신인 최영익 넥서스 대표변호사는 헤르메스와 삼성물산이 분쟁을 일으켰을 때도 헤르메스와 인연을 맺었다.

이처럼 외국계 펀드들이 잇따라 삼성 계열사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국내 대표 대기업 그룹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분구조 등으로 손쉽게 투기 자본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 또한 점차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업가들을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너무나 부족하다"며 "엘리엇 사태로 이런 허점이 더욱 부각됐고 투기 자본들한테 한국 기업은 매력적인 희생양으로 떠오른 셈"이라고 밝혔다.

박종진 기자 free21@, 김승미 기자 ask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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