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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뉴스인사이드] 후쿠시마 쇼크에… 거세진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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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원전 건립 반대 여론 확산

日, 고이즈미 前총리까지 비판 가세

韓·中내서도 “안전장치 부실” 반발

동북아시아가 원자력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한·중·일 3국 내부에선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와 원자력업계가 장밋빛 산업 논리만 내세우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국민의 안전대책 마련은 등한시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979년 미국 쓰리마일섬 원전사와 1986년 구 소련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으로 원전 안전신화가 깨진 만큼 무분별한 원전 드라이브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

2012년 일본 도쿄전력이 방사성 물질 대량 유출 사고를 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4호기의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서 연료봉 1개(길이 약 4.5m)를 회수 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


세계적인 지진 발생국인 일본에선 진보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같은 보수인사들조차 탈원전 운동에 뛰어들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달 4일에도 가고시마(鹿兒島)시에서 행한 강연에서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가고시마현의 화산섬 구치노에라부지마에서 대규모 분화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화산이 언제 분화할지 모른다”며 “일본은 원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에선 핵무기 개발에도 참여했던 과학계 원로가 정부와 원전업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과학원 이론물리학연구소의 허쭤슈(88) 원사(선임연구원)는 지난달 2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목표의식만으로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무리한 원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쳤다”고 비난했다. 그는 “원전사고가 가져올 재앙은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부패, 관리능력 및 의사결정 능력 부실에 의해서도 초래될 수 있다”며 “우리보다 더 나은 기술과 관리능력을 지닌 일본도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현재의 원전 확충 계획을 중단하고 향후 수십년간 안전 운영에 대한 경험을 쌓고 난 뒤 새 원전 건립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은 2011년 3월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후유증이 채 극복되지 않았는데도 최근 경쟁적으로 원전 증설과 재가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기 3년 전인 2008년 10월 찍힌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사회도 정부의 원전정책을 놓고 시끄럽다. 한국의 원전들은 대부분 인구밀집지역과 가깝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24시간 안에 강제소개 대상지역이 됐던 원전 반경 20km 이내와 자발적 이주의 대상이 됐던 원전 30km 이내에 400만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지만 정작 사고 시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은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지난 3월1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가방사능안전체계 구축을 위한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위상 정립 방안’ 토론회에서 “일본 후쿠시마처럼 인접 원전들 다수가 사고가 나거나, 원격지 2개소가 동시다발로 사고가 나면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국내에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한·중·일 3국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에서 원전사고가 나면 다른 두 국가도 그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세 나라의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 등 각 레벨에서 국경을 초월해 동북아지역의 원전 안전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식자층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

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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