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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3분Talk]'마돈나' 칸에선 수작, 한국선 스크린 독식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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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영화 '마돈나'(감독 신수원)가 프랑스 칸 영화제에선 작품(Oeuvre) 대우를 받았지만, 국내에선 스크린 독식의 희생양이 됐다. 동 시기 상영작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1086개, '연평해전'이 무려 800개를 상회하는 스크린 수를 확보한 반면, '마돈나'는 개봉 당일인 지난 2일 64개 스크린 밖에 확보하지 못해 서로 확연히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또 다시 스크린 몰아주기 논란이 대두되면서 현 영화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돈나'는 당초 개봉 주말에 개봉 당일보다 4개가 더 늘어난 스크린 수 최대 68개를 확보했다고 전해졌으나, 이마저도 확실히 보장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연평해전'의 예매율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이중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전부 '마돈나'를 각 극장의 아트하우스와 아르떼관 등 다양성 영화 전용관에만 배정했다고 보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마돈나'가 관객들의 입소문에 의해 예매율이 상승한다면 스크린수의 소폭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마돈나'의 개봉 시기가 좋지 않은 탓이다. '마돈나'는 '연평해전'과 '극비수사', '쥬라기 월드'와 경쟁을 펼치는 것 뿐만 아니라 같은 날 개봉한 외화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확연히 차이나는 체급 때문에 사실상 '경쟁'이란 단어 역시 민망할 정도다.

뉴스1

영화 '마돈나'가 지난 2일 개봉됐다. © News1 스포츠 / 영화 ´마돈나´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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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식은 언급하기 새삼스러울 만큼 국내 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이 같은 투자-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불공정한 영화 시장의 폐해가 드러날 때마다 사태의 심각성에 무뎌지고 있다는 사실이 암담한 현실을 더욱 실감케 한다. 시장에서 공정하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기회부터 보장되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늘상 반복되는, 같은 문제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호한 스크린 배정 기준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아 영화 시장 질서를 혼란케 하고 있다.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된 스케일 큰 작품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되는 배정 기준이 더 문제다.

어쩌면 자본의 가치가 최우선시되는 시장에선 '상생'이란 무의미할지 모르는 일이다.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과 자본 투입 정도에 따른 승자의 독식이 당연한 것이라지만,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문화와 결부된 시장이라면 다른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여러 가치관이 공존하는,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가치 지향적인 문화 시장이 매우 이상적인데, 자본 위주의 경제적 측면만을 중요시하고 있는 현 영화 시장이 다양성을 결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극장가의 침체기와 국내 영화의 계속되는 잇따른 흥행 실패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복수의 국내 영화 관계자는 이 같은 국내 영화 시장의 현실을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마돈나'가 처한 이 같은 현실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배급과 상영이 분리되지 않은 이상, 냉정하게 중소 영화들의 상영권 보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립 영화나 예술 영화 상영권 보장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내 영화 시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마돈나'와 같은 스크린 독식의 희생양이 나오지 않도록, 입소문이 탄력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최소한의 시간이라도 보장 받을 수 있는 길을 계속해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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