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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2천년 된 사자상도 부수는 IS…'문화청소' 비난고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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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신부' 시리아 팔미라서 고대유적 잇따라 파괴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리아 팔미라 고대유적지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2천년 된 3m 높이의 사자상을 파괴했다.

AF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문 압델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을 인용해 IS가 지난달 27일 팔미라 박물관 앞에 서 있던 '알랏의 사자상'을 부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교 이전에 숭배되던 아랍 여신 알랏의 이름을 딴 이 사자상은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높이 3m, 무게 15t의 대형 유물이다. 이는 지금까지 파괴된 팔미라 고대유적 중 가장 가치가 큰 것이라고 압델카림 청장은 말했다.

그는 사자상 파괴를 우려해 주변에 금속판과 모래주머니를 둘러뒀으나 소용없었다면서 IS가 사자상을 파괴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IS는 지난 5월 팔미라를 장악한 뒤 고대유물을 파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유적 대부분이 온전한 상태다. 박물관 내 문화재 상당수는 IS가 당도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IS는 팔미라에서 최근 고대묘지 몇 군데를 파괴했으며 2일에는 IS 대원들이 팔미라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조각상들을 부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압델카림 청장은 "사진 속 조각상들은 팔미라 고대묘지에서 없어진 8개의 조각상으로 보인다"면서 "되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파괴가 도난보다 나쁘다"고 말했다.

IS는 조각상이나 묘지를 우상숭배로 여겨 시리아와 이라크 장악지에서 무수한 유물을 파괴했다. 이들은 수백 년 이상 비바람을 견뎌온 인류의 유산을 해머로 내려쳐 부수는 몰지각한 모습을 스스럼없이 공개해왔다.

특히 오아시스 도시인 팔미라는 귀중한 고대유적을 품고 있어 '사막의 신부'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세계적 문화유산이자 시리아의 대표 유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IS가 '문화청소'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인종청소에 빗대 IS의 무분별한 문화재 파괴를 꼬집은 것이다.

유네스코는 1일 IS가 외국인 전사를 모집하기 위한 홍보에 이용하고 중동 사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문화 청소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은 유적지를 부수적 목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핵심을 타격하기 위해서 체계적으로 기념비적 건축물과 유적지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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