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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장+]회사 잔칫상에 찬물 끼얹은 한국GM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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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40% 담당하는 쉐보레 글로벌 첫 출시일에 파업 결의… "GM 철수 명분만 쌓는 것"우려도]

머니투데이

한국GM이 1일 경차 '더 넥스트 스파크'를 출시하고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이날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출시 행사에 신형 스파크를 배경으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맨 오른쪽)과 이경애 마케팅 본부 전무(오른쪽에서 둘째), 샘 바질 GM 글로벌 경소형차 개발 총괄임원(맨 왼쪽)이 모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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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은 한국GM에게 근래 들어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경차 '스파크'가 6년 만에 새로운 모델로 출시된 날이기 때문이다.

스파크는 한국GM에게 단순한 양산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내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작년 기준 39%)에 육박할 정도로 존재가치가 막대하다. 이에 한국GM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알림2관을 하루 종일 빌려 취재진 300여명을 모아놓고 성대하게 출시 행사를 열었다.

스파크가 판매되는 전세계 50여개국 가운데 한국에서 처음으로 신형 모델이 판매되는 것을 기념해 샘 바질 글로벌 경소형차 총괄 등 GM글로벌 관계자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구형 모델보다 가격을 최대 23만원 낮춘 사실을 행사장에서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같은 날 한국GM의 창원, 부평, 군산 등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부친 쟁의행위 결의안에 대해 찬·반 투표가 이뤄졌다. 개표 결과 전체 조합원 1만2844명 가운데 70.8%가 쟁의행위 찬성에 표를 던졌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오는 6일 조정중지 결정만 내려지면 언제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영업적자 1192억원을 낸 한국GM은 스파크의 성공에 흑자 전환 여부가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신차 출시로 기아의 모닝에 밀린 경차 시장 맹주 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그만큼 신모델을 출시하는 날 나온 노조의 파업 결의 소식은 회사로서 뼈아픈 대목이다. 소비자들은 파업을 앞두고 있거나, 파업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에서 만드는 제품에 대해 품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가 회사의 잔칫날 잔칫상에 재를 뿌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파업은 노사가 더 이상 대화를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의견이 엇갈렸을 때 최후로 선택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이뤄진 지난 1일에도, 그 다음날인 2일에도 노사 교섭은 진행됐으며, 몇몇 안건에 대해 합의를 보기도 했다. 이미 정한 투표 일정을 연기할 수 없으면 발표라도 늦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한국 사업장의 생산성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는 GM 본사 차원에서도 올해 노사 협상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에 따르면 GM의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한 해외 공장 가운데 한국의 창원, 부평(1,2공장), 군산 등 4개 공장은 차량의 대당 인건비, 노무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고비용군'에 속한다.

2013년까지만 해도 창원공장은 고비용군에 속하지 않았지만 작년 기본급이 6만3000원 인상되고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됨으로써 한국의 사업장은 모두가 고비용군에 속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올해 또다시 금속노조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에 자체로 월 상여금의 50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출신의 한 자동차업계 인사는 "GM은 전세계에서 차를 1000만대 판매하는 회사인데 판매 대수가 13만∼14만 대 정도인 한국 시장은 GM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GM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서 철수하고 인도나 중국 등지에 투자하면 지금 파는 것보다 2배는 더 팔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경영진은 거듭 부인하지만 이처럼 자동차업계는 'GM 한국 철수설'의 신빙성을 높게 보고 있다. 노조가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보다 큰 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임금 인상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사업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노사가 함께 증명하는 일이다.

양영권 기자 indep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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