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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테헤란 르포> 테헤란 패스트푸드 치킨은 'KFC' 아닌 'S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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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스트푸드 브랜드 모방 많아…미국을 보는 복잡한 시선

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테헤란 시내를 다녀보면 다시 한 번 쳐다보게 하는 간판이 종종 눈에 띈다.

'이란에도 저게 들어왔네?'라는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내 웃음이 나온다.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나 상품을 교묘히 변형한 이른바 '짝퉁'이기 때문이다.

부유층이 주로 사는 테헤란 북부 노스조르단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치킨의 이름은 'SFC'다. 미국 KFC의 글자체와 광고 디자인까지 그대로 따라 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SFC의 'S'는 이 가게의 이름인 '슈퍼스타'의 첫 글자인데, 슈퍼스타의 로고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하디스의 별 모양과 매우 비슷하다.

물론 이란에 미국의 KFC나 하디스는 영업하고 있지 않다.

테헤란 밀라드 타워 입구에서 '프레시 웨이'라는 패스트푸드점 광고판이 보였다. 역시 미국의 세계적 샌드위치 체인 '서브웨이'의 복제품이다.

테헤란 최대 대형마트 하이퍼스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시리얼 제품 중 하나인 '스페셜M'은 미국 켈로그의 '스페셜K'의 판박이나 다름없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세력에겐 미국은 뒤엎어야 했던 부패한 팔레비 왕정의 후원자이자 내정 간섭자였고 결국 그해 11월 주테헤란 이란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번져 국교가 단절됐다.

이후 이란과 미국은 국제 무대에서 대표적인 앙숙으로 남았다. 이란 경제의 어려움은 이란의 돈줄을 고사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경제 탓이 크다.

이란 시민은 물론 정부도 이란에서 인기를 끄는 이런 유사 상표의 원래 주인이 미국 회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미국 상품을 모방하려는 데엔 이란 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 인지도를 키우기 좋고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해보면 KFC를 흉내 낸 SFC는 미국을 바라보는 이란의 애증이 묘하게 엇갈리는 교차점이다.

정치·경제적으로 이란을 국제사회에서 고립해 고통을 준 장본인을 대하는 적의와 비록 가짜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미국의 유명 브랜드를 접하고 싶은 동경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이슬람혁명 과정에서 점거됐던 미국 대사관 건물 벽에 아직도 흉악스럽게 그려진 자유의 여신상 앞으로 애플 아이폰으로 통화하는 이란 젊은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테헤란 시내에서 만난 대학생 사이드 씨는 "미국을 좋아하는 이란 사람도 많지만 증오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며 "국가적 차원의 문제와 개인의 선호는 다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이드 씨는 "현재 진행되는 핵협상에 대해 이란 국민이 갖는 뒤섞인 감정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hska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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