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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자주국방 산실 ADD까지 ‘방산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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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결과 공개…K-2전차·무인기 등 부적정…불량장비 허위 합격 판정 의혹…ADD “왜곡된 부분 재심 요청”

2일 감사원 발표로 국산 무기체계 개발의 산실인 국방과학연구소(ADD)도 방산비리에 얼룩진 것으로 드러났다. 군은 만연한 방산비리가 ADD에까지 파고든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동안 감사원의 군 감사 행태가 일부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ADD가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에 반발하며 “내용 중 왜곡된 부분이 있어 지난달 16일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감사원이 지난해 10, 11월 두 달간 감사 후 이날 공개한 ADD 주관 ‘국방연구개발 추진실태’ 감사 자료에는 ▲K-2 전차 체계 시험개발 업무 불철저 ▲무인기(UAV) 개발사업 연구·개발 승인 부적정 ▲해군 함정레이더 연구·개발 부적정 ▲차기 군 위성 운용주파수 소요 결정 부적정 ▲차기 전술교량 연구·개발사업 추진 부적정 ▲개발시험평가 계획 수립 및 실시 부적정 등 각종 허점들로 가득했다. ADD 운영이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세계일보

특히 감사원은 ADD가 전차 등 무기체계 성능을 시험하는 불량장비를 납품받고도 허위로 합격 판정을 내리는 등 방산비리가 개입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ADD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특정업체로부터 총 80억3000만원 규모의 ‘내부피해계측장비’와 ‘전차자동조종모듈’ 등을 납품받아 전차의 성능 검사 업무를 수행했다. 내부피해계측장비는 온도와 진동, 충격 등의 피해를 측정하고, 전차자동조종모듈은 전차에 장착해 자율 주행과 원격 조종이 가능하도록 하는 블랙박스의 일종이다. 이들 장비는 M-48 폐전차에 장착돼 개발 중인 국산 유도탄의 실사격 시험 때 유도탄이 M-48 전차를 타격하는 과정에서 명중률 오차와 피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용 소모품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DD는 업체로부터 이러한 내부피해계측장비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진동센서와 제어판이 부착되지 않아 작동이 불가능한데도 기술검사성적서에 작동 상태가 ‘양호’하다며 합격 판정을 내린 뒤 업체에 11억여원을 부당 지급했다. 이들 장비가 부실하거나 불량할 경우 개발 중인 유도탄의 시험결과 자체가 엉터리일 수밖에 없고, 그런 불량무기가 군에 납품될 경우 각종 하자 등으로 야전에서 성능 발휘가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ADD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재심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ADD는 또 이 업체로부터 7세트의 전차자동조종모듈을 납품받았으나 실제로는 11세트를 납품받은 것처럼 허위로 관련 서류를 꾸몄다. 현재 ADD는 전차자동조종모듈 11세트에 대한 계약금의 90%를 업체에 지급했고, 나머지 10%를 지급하려다가 감사로 정산 절차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감사 결과 해군은 일부 함정에 개발이 끝난 신형 레이더 대신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레이더를 장착하려다 들통났고, 방위사업청은 세계 최장의 전술교량을 만들기로 하고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나 시험 과정에서 교량이 6차례나 전복돼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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