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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신기용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표절의혹도 해명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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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집 '출처의 윤리'서 밝혀…창비 "객관적 판단 해달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신경숙 소설가가 1996년작 단편 '전설'에서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파장이 인 가운데 그를 한국 대표 작가로 만들어준 장편 '엄마를 부탁해'(2008년작·창비)도 다른 사람의 수필과 소재·내용 면에서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있어 해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기용 문학평론가는 지난달 25일 출간한 자신의 4번째 평론집 '출처의 윤리'(세창미디어)에서 그동안 표절 시비에 휘말린 한국 문학작품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신기용은 이 책에서 신경숙이 '엄마를 부탁해'에서 자신의 수필을 표절했다고 밝힌 수필가 오길순씨의 주장과 당시 언론 보도, 신경숙의 발언 등을 소개했다.

신기용은 먼저 오길순이 2012년 교육산업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주장한 표절 의혹을 언급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오길순은 2001년 출간한 수필집 '목동은 그후 어찌 살았을까'(범우사)에 실린 수필 '사모곡'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잃어버린 이야기를 썼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가 나오기 7년 전이다.

수필은 오씨의 아버지가 혼잡한 전주 단오제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온 가족이 어머니를 찾아 헤매다 13일 만에 겨우 상봉한 이야기다.

인터뷰에 따르면 오씨는 신경숙에게 두 차례나 이메일을 보내 표절에 유감을 표하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신기용은 이어 오씨의 표절 의혹 제기가 보도된 지 약 1개월 뒤, 신경숙이 제주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엄마를 부탁해'가 "그녀가 열여섯 살이던 때부터 준비해 오던 작품"이며 "이 책이 나오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 내용은 제주 인터넷 신문 '제주의 소리'에 보도됐다.

신기용은 "(신경숙이 강연에서) 오길순의 수필집 시점보다 20년이나 더 빠른 시점을 거론함으로써 표절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해 쐐기를 박았다"고 꼬집었다.

신기용은 그러나 신경숙이 강연에서 30년 전부터 작품을 준비해왔다고 한 것은 작가가 처음 '엄마를 부탁해'의 연재를 시작할 때 소개한 것과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신기용은 "(신경숙은) 2007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처음으로 연재할 때, '연재를 시작하며'라는 글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6년 전이다'라며 세 번씩이나 밝혔다"면서 "이는 오길순이 수필집을 출간 배포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신기용은 "제주도에서 그 수필집의 시점보다 20년이나 빠른 시점을 주장하다 보니, '연재를 시작하며'라는 글의 내용이 거짓이 되어 버렸다"고 강조했다.

신기용은 "모티브와 플롯이 닮았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표절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오로지 신경숙 자신만이 아는 문제"라며 "긍정이든 부정이든 솔직담백한 모습을 기대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신경숙은 한창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던 2008∼2009년에도 다른 인터뷰에서 '엄마를 부탁해'의 영감을 언급한 적이 있어 신기용의 평론에 인용된 2012년 보도만으로 표절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신경숙은 2009년 경향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서울에 올라오던 16세 때 엄마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차창에 반사된 것을 보고 "작가가 되면 우리 엄마한테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을 하나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소설 '리진'(2007년작·문학동네)을 쓰기 전 이 작품에 들어갔는데 뭣 때문인지 그렇게 안 됐다. 뭘 쓰다가 마치지 못하고 다른 작품으로 넘어간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면서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첫 문장을 찾기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제기된 오씨의 '사모곡' 중간에는 "어머니를 잃은 지 열사흘째, 교생지도를 마침과 동시에 전주행 고속버스에 올랐다"는 문장이 등장한다.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한 창비 관계자는 "신경숙 작가가 장편 출간 이후 수차례 작품 영감을 이야기해 온 만큼 '오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한 달 뒤 강연에서 말을 바꿨다'는 평론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독자께서 신경숙 작가의 이전 발언, 그리고 '엄마를 부탁해'의 소재에 어느 정도 보편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경숙은 지난달 23일 공개된 언론사 인터뷰에서 '전설' 표절 의혹과 관련해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사과했지만 그 외 작품에 대해서는 직접 해명하지 않고 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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