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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결혼 1000ㆍ입양 500'…돈벌이 악용되는 친양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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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제발 저 아이를 내 아들로 삼게 해주세요”

A(45)씨는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재판관에게 호소했다.

이 아이는 A씨가 1년 전에 결혼한 조선족 아내가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중국 국적의 아들이다. A씨는 “제가 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달라”며 판사에게 매달렸다.

판사는 그러나 A씨가 이미 수차례나 외국인들과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것을 확인한뒤, A씨의 ‘친양자입양’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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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관계자는 “A씨는 ‘입양꾼’, ‘위장결혼꾼’으로 봐야 한다”며 “친양자입양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외국인 모자(母子)에게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 것으로 볼 만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위장결혼을 소재로 했던 25년전 영화 ‘그린카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2008년부터 시행된 친양자제도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전의 친생부모와 관계를 종료시키고 양부모의 친족관계를 인정해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친아들ㆍ딸과 마찬가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릴 수 있고 법적으로 친자와 동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재혼 가정에서 전남편ㆍ전처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을 정식으로 가족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제는 외국인 자녀를 친양자로 들일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어, 국적 획득의 우회로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접수된 친양자입양 사건은 총 780건이다. 대부분은 내국인 간 정상적으로 이뤄져 법원이 허락하지만, 연평균 13.5건은 기각된다.

친양자입양이 해당 년도에 해결되지 않고 다음해로 넘어가는 미제 사건의 경우, ▷2012년 42건 ▷2013년 74건 ▷2014년 109건 ▷2015년 5월까지 163건 등 해마다 급증한다.

법원 관계자는 “기각 및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친양자 신청이 아닌, 외국인 자녀의 한국 국적 취득 등을 목적으로 한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본지 취재결과, 국내에서 영업하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는 버젓이 위장결혼 알선을 하고 있었고, 위장결혼, 위장 친양자 입적에 응하는 내국인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었다.

한 업체 직원은 “위장결혼은 여자와 조건이 먼저 맞아야 하겠지만 보통 10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아이는 한 명 당 500만원 정도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가정법원 한 판사는 “이런 실태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가정법원 모두 파악하고 있다”면서 “일단 법원에서 판단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관계부처와 제도개선책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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