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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구슬땀 금메달’이 생계지원 막는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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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역도 스타’ 김병찬의 쓸쓸한 죽음 소식으로 사회안전망의 허술한 관리ㆍ운용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지난 1996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변변한 직업 없이 매월 나오는 52만5000원의 메달리스트 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김씨가 받는 이 연금이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지급기준(49만9288원)보다 3만원 가량 많다 보니 최저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론 등록이 돼 월 10만원 안팎의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등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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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가 피나는 훈련으로 따낸 메달이 되레 삶에서 가장 힘든 순간 받아야 할 생계비 지원을 가로막은 셈이 됐다.

소득에 대한 구분 없이 산술적 액수만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현 기초생활지원 체계의 맹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김씨처럼 최소한의 생계수단조차 없는 메달리스트에겐 예외적으로 연금 외에도 최저생계비를 전액 지원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숨진 김씨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출전, 이형근(인천 아시아게임 역도 총감독)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역도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1991년과 1992년 연이어 출전한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각 3관왕, 1991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는 은메달(용상)과 동메달(합계) 등을 휩쓸었다.

사회안전망의 허술성 문제는 지난해 발생한 송파 세모녀 사건 당시에도 대두된 바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송파 세모녀는 집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엇다.

긴급상황에 처했지만 재산ㆍ소득 기준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복지 사각지대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다만 이달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일부 보완된다.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선정되던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에 따라 생계ㆍ의료·주거급여를 각각 받게 된다. 이는 송파 세모녀 사건의 후속조치로 제·개정된 복지 3법의 시행에 따른 것이다.

저소득층 보호를 확대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을 능동적으로 발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기준중위소득(4인가구 422만원)을 기준으로 28% 이하(118만원)는 생계급여를, 43%(182만원) 미만은 주거급여를 받게 된다.

의료급여(40%·169만원)와 교육급여(50%·211만원)도 소득 수준에 따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도 4인가구 기준 현 297만원에서 485만원으로 완화되며, 교육급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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