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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그리스 구제금융 종료…막판 협상 파국 저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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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채권단에 '3차 구제금융' 제안

치프라스 총리, 융커·드라기 등과 접촉…유로그룹 긴급 논의

(유럽종합=연합뉴스) 국제 채권단의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30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기 위한 막판 협상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채권단에 2년간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협상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성명을 내고 "2년 동안 유럽안정화기구(ESM)가 그리스에 필요한 재정과 채무 재조정을 위해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기술적 디폴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날 자정에 종료되는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단기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치프라스 총리는 2년간 구제금융이 종료되면 국제 자본시장에서 직접 국채를 발행해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30일 종료되는 2차 구제금융을 연장하는 기존 협상안과 달라 사실상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제안은 신자유주의식 정책을 요구해 마찰을 빚었던 국제통화기금(IMF)을 배제한 것으로 IMF가 동의할지는 확실치 않다.

아울러 ESM도 개혁안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나 그리스는 지난 25일 채권단의 개혁안을 거부한 바 있어 협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스의 공식 제의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7시(한국시간 1일 새벽 2시)에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긴급 전화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 그리스의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극적인 타협안이 도출될 지 주목된다.

앞서 그리스 총리실은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등과 전화통화했다고 밝혔다.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 집행위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융커 위원장이 치프라스 총리와 전날 밤 통화했으며 현재 그리스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가 전날 거절한 융커 위원장의 제안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융커 위원장은 전날 밤 치프라스 총리에 새로운 제안으로 호텔에 적용하는 부가가치세율을 23% 대신 13%로 내리고 연금 삭감 요구도 일부 양보했다.

카티메리니는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다시 재고한 것은 은행 영업 잠정 중단과 구제금융 지원이 이날 종료되는 것에 압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융커 위원장 뿐 아니라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였음을 통보해야 할 것이라고 EU 소식통이 전했다.

그리스가 채권단의 타협안을 수용할 경우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난 2012년 약속한 그리스 부채의 만기연장과 금리인하 등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스는 채권단이 구제금융 종료 시점을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내달 5일까지 연장해주면 국제통화기금(IMF)에 부채 15억5천만 유로(약 1조9천억원)를 갚겠다고 밝혔지만 채권단이 연장불가 방침을 바꾸지 않아 연체가 확실시된다.

이처럼 양측이 벼랑 끝 전술로 대치했으나 파국을 몇 시간 남겨두고 최종 협상안을 주고받아 타결될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뒀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이날 그리스와 EU 간에 진행되는 막판 협상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해 막판 타결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늘 자정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된다"면서 "그 밖에는 다른 믿을만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하고, 전날 밝힌대로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와 관계없이 그리스와의 대화 채널은 살아 있고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전날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마치고 나서 대화를 원하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이 이날 구제금융에 합의하더라도 각국의 의회 승인 절차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정부의 한 관리는 구제금융을 연장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이 이날 합의에 실패하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종료되고 그리스는 IMF에 부채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를 맞는 파국이 불가피하다.

(브뤼셀 송병승, 아테네 김준억, 베를린 고형규, 파리 박성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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