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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백수는 지원도 못해… 청년 외면한 ‘반쪽 행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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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명 입주자격 안 줘… 임대료도 서울 공공주택보다 30% 비싸

청년학생단체들 “미취업 청년 차별…공공임대주택 취지 거슬러”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임대주택 정책인 행복주택이 서울시 공공주택에 비해 30%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 취직을 준비하거나 직장이 없는 60만 청년들은 아예 입주할 수 없어 ‘반쪽 주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달팽이유니온, 서울대·연세대·고려대·단국대·서울시립대 총학생회,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등 청년학생단체들은 30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행복주택 입주 기준에 명시된 취업요건을 없애고 임대료는 청년들이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행복주택 모집공고를 냈다. 오는 8일과 9일 접수를 받아 9월17일 입주자를 발표한다.

올해 입주가 예정된 행복주택은 송파삼전(40가구), 서초내곡(87가구), 구로천왕(374가구), 강동강일(346가구) 등 서울시내 4곳 847가구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취업준비 중인 60만 청년들은 거주할 수가 없다. 행복주택 입주기준을 보면 해당 자치구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해당 자치구 회사에 입사한 지 5년 이내 회사원, 해당 자치구에 거주하는 신혼부부만 해당된다.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을 준비 중인 ‘취준생’은 자격이 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청년(20~29세)은 631만명으로 이중 취직자와 재학생이 아니면서 구직을 하지 못한 청년은 60만명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학졸업생 취직률이 55%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행복주택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너무 넓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

설사 입주자격을 얻었다 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 문제다. 행복주택은 서울시 SH공사나 서울시의 청년협동조합형 임대주택에 비해 30%가량 비쌌다. 예를 들어 행복주택 표준임대료(대학생 기준)는 강동강일 지구(전용 29㎡)가 보증금 4250만원, 월세 21만7000원이다. 하지만 서울시 SH공사의 대학생 희망하우징은 강동천호 지구(전용 12.6㎡) 임대료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2000원이다. 이를 1㎡ 면적당 환산해 보면 행복주택은 1만2400원, 희망하우징은 8400원으로 분석돼 행복주택이 33% 비싸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주택도 행복주택이 비쌌다. 송파삼전은 ㎡당 1만4100원, 서초내곡은 1만8300원, 구로천왕은 1만900원, 강동강일은 1만3100원으로 분석됐다. 반면 서울시 청년협동조합형 임대주택은 서대문구 홍은동 주택이 6700원에 그친다. 지역차를 감안하더라도 행복주택 임대료 부담이 더 크다는 의미다.

사회적 최약자인 미취업 청년을 차별하고, 높은 임대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공공임대주택’이라는 본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청년학생단체들은 주장했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사각지대가 없도록 행복주택 입주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며 “임대료도 청년층이 지불 가능한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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