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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유승민 안찍었는데 사퇴 반대…그들이 방어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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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당청 갈등 넘어 국회 정체성 회의감 확대]

머니투데이

국회법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재선의원 모임에서 참석 의원들이 굳은 얼굴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민식, 황영철, 김성태 의원. 2015.6.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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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명예로운 퇴진? 명예는 유승민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있고 대통령도 있고 국회도 있는 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주장에 맞서 새누리당 재선 국회의원의 성명서 발표를 주도한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머니투데이the300과 만나 그 이유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달리 이야기하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가 새누리당 의원들의 명예가 걸린 문제라는 뜻이 된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 문제가 불거진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부분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저 이 문제를 덮어 당내 갈등 상황을 피해가길 내심 바라고 있다.

비박(비 박근혜) 재선 '중재파' 역시 내년 총선에 대한 영향을 우려해 당초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받아들이고 유 원내대표도 유임하는 절충적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주들어 분위기가 다소 달라졌다. 집권여당과 대통령과의 관계, 입법부와 행정부 간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 이 두 가지 가치 중 우선 순위에 대한 고민이 배어나오기 시작한 것.

유 원내대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퇴 거부 의사를 고수하는 것도 이 같은 뜻에 공감한 것으로 관측된다.

◇유승민 안찍었는데 사퇴 반대하는 이유?



지난 29일 20명의 새누리당 재선 국회의원이 발표한 성명서는 김성태·김용태·박민식·김세연 의원 등이 의기투합한 후 재선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동의를 얻어냈다. 이 중 김세연·조해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와 '특수 관계'라고 보긴 어렵다.

권성동 의원의 경우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주영 의원을 지지했고 원내수석부대표로 거론될 정도로 당내에서 유 원내대표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다. 한기호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법안 협상 당시 야당과의 협상 내용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강석호·김성태·김영우·김학용 등 의원들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된다.

박민식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 지켜야할 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를 가진 의원들이지 계파나 지역적으로 볼 만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새누리당 당헌에 나와 있듯 의회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는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우리가 지키고 키워왔던 의회민주주의와 당내민주주의는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머니투데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위 2015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여당이 충분히 뒷받침 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2015.6.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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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사 자임해서야"…민주주의 훼손 우려



이번 성명서를 주도한 의원들은 당초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여 당청 간 갈등을 최대한 봉합하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모두를 안고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 왔다. 이 같은 중립적 중재 입장의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물론 유 원내대표도 귀기울여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언론 등을 통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찍어내기' 의도를 드러내자 이들 의원들은 이 문제가 당청 갈등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판단했다.

성명서를 주도한 한 재선 의원은 "처음에는 솔직히 내년 선거를 위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으나 국회의원 생활 7년 중 가장 창피한 순간이 됐다"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집사로 공개입증이 되기 직전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이성 상실의 시대"라고 현재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혹독하게 비판하며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나라나 당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할 생각도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침묵하는 다수…국회의원 정체성 회의감 커져



성명서에 참여한 재선 의원들 외에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도 민주주의 문제를 들어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 지역 3선 국회의원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유승민을 지키는 게 아니고, 우리 당을 지키는 거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거다. 특정인을 지키는 게 아니다. 저는 유승민이 찍지도 않았다"면서 "당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다. 원내대표 재신임 여부는 국회의원들이 총의를 모아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달 1일 예정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하는 4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 사퇴 주장을 둘러싼 당내 논의를 비판하는 발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침묵하는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의식이 부족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19대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며 소장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한 초선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의총에서 원내대표 재신임으로 의견을 모아놓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또다시 사퇴 여부를 논의하게 둘 수 있느냐"며 "국회의원을 하려면 최소한 국회의원을 그만둘 수 있다는 각오로 자신의 소신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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