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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영구정지' 고리 1호기…에너지강국 발판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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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서울=연합뉴스) 에너지 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12차 회의를 열어 고리 원전 1호기(부산 기장군)의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원전 가동을 영구 중단하는 것은 국내 37년 원전 역사상 처음이다. 2015.6.12 << 연합뉴스 DB >>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국내 첫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최근 정부의 영구정지 방침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고리 1호기는 예정된 2017년까지 운영이 완료되면 곧바로 폐쇄 수순에 돌입하게 된다.

1960년대 에너지자원 부족으로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던 우리나라는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안으로 원자력을 선택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부지조사단과의 공동 조사를 거쳐 경남 양산군 고리지역을 원전 건설 후보지역으로 정한 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설계, 조달, 감리, 시운전 등 모든 책임을 맡기는 턴키방식으로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고리 1호기는 설비 용량이 58만7천㎾로 1969년 계약 당시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184kW)의 31%를 차지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였다.

건설 공사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429억원)의 3배가 넘는 1천56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건설 사업으로 기록됐다.

석유파동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주요 설비 발주처인 영국에서 발생한 장기 파업으로 공기가 연장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고리 1호기는 1977년 준공돼 이듬해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는 일본, 인도에 이어 3번째, 전 세계적으로 21번째 원자력 발전국이 됐다.

고리 1호기의 본격 가동으로 잉여전력이 생기자 이를 활용하기 위한 양수발전소가 건설되는 등 에너지산업 전반에 큰 혁신이 일어났다.

이를 통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1979년 2차 오일쇼크를 넘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전환한 국내 산업의 빠른 발전을 뒷받침했다. 고리 1호기는 지난해까지 36년 동안 1천436억kWh의 전력을 생산했으며 이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 고리 1호기 폐쇄…안전성·경제성보다 수용성 부각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탈(脫) 원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각국마다 원전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사고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평소 원전을 아무리 안전하게 관리하더라도 천재지변처럼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전 정책을 당장의 효율성만 따져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정부 권고를 받아들여 2년 뒤 가동 시한이 만료되는 고리 1호기에 대한 가동연장(계속운전)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국내에서 내려진 첫 원전 폐쇄 결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위원회와 한수원 이사회의 논의 내용을 살펴보면 운영상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 1호기는 38년의 운전기간 동안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은 130회의 고장정지가 있었지만, 60% 이상이 운영 경험이 부족했던 초기 10년 동안 집중됐고 최근 7년간은 단 5회에 그쳤다. 최근 운전 성적으로 보면 다른 원전보다 오히려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성에는 불확실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당국의 심사기간이 길어져 원전의 운전기간이 단축되거나 가동률이 떨어지고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금이 늘어날 경우 고리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에너지 생산 비용면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은 원전 자체의 운전·관리에 드는 비용보다 고리 1호기의 가동연장으로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무마하고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드는 비용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확장' 일변도 원전정책 탈피…에너지 선진국으로

한때 제3의 불로 각광의 받던 원자력은 골프공 크기의 우라늄 1㎏로 석유 9천드럼 또는 석탄 3천t과 맞먹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탁월한 생산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력 소비량의 30%를 23기의 원전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고속 경제성장 뒤에는 원전 위주의 에너지정책이 있었다.

설령 원전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해도 효율과 성장을 무기로 하는 치열한 경제전쟁 속에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의 지위와 효용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당장 원전을 대체할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원전 24기가 새로 건설에 착수하고 20기가 수명 연장 승인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과 산업에는 서서히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고리 1호기의 폐쇄 결정은 우리나라 원전 시대의 막을 열었던 첫 가동만큼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전정책은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과 마찬가지로 많이 짓고, 크게 짓는 '확장' 일변도로 운영돼왔다.

고리 1호기의 폐쇄 결정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1천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1년까지 원전해체 핵심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을 계기로 원전해체 기술은 물론 관한 법과 제도도 마련하기 시작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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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장전을 시작한 국내최초의 경남 양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1977.4.18/(본사자료)/(양산=연합뉴스)// <저작권자 ⓒ 2005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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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EA 전문가 고리원전 1호기 안전성 검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자력전문가 7명이 참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단이 2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설계수명 만료로 가동울 중단한 고리1호기의 안전성 검사를 하게 된다. ccho@yna.co.kr 200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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