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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후지TV 자막조작, 출판계는 殺韓(살한)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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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프로 진행자, 손석희급 인지도 지녀"

CBS 박재홍의 뉴스쇼

노컷뉴스


-인터뷰 내용과 다른 엉터리 반일자막 달아
-다분히 의도적, 후지TV만의 문제만은 아냐
-'악한론', '치한론'..혐한서적이 베스트셀러
-韓 교환학생 홈스테이 지원가정도 감소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수)

일본의 한 민영방송에서 한국인 여학생의 인터뷰 발언을 실제 발언과 전혀 다르게, 반일감정이 섞인 말로 해석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후지TV 방송사는 어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반한 감정을 이용해서 의도적인 조작을 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무엇이었고 현재 일본 내의 분위기는 어떤지, 일본 현지를 연결해서 들어보죠. 일본 도카이대의 김경주 교수입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경주>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우선 문제가 됐던 방송에서 어떻게 인터뷰가 조작된 거죠?

◆ 김경주> 여학생 같은 경우는 실제로는 “일본이 문화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외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대답을 했는데, 방송에서는 엉뚱하게 “싫어요, 왜냐하면 한국을 못살게 굴었잖아요, 한국을 괴롭혔잖아요.” 이런 식으로 자막이 나간 거죠. 그리고 이 여학생뿐만 아니라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남학생은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것 같아서 글쎄요, 그런 부분이 좀..” 이렇게 이야기한 걸 “일본 사람은 좋은 사람도 있지만 국가로써는 저는 싫어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막이 나갔습니다. 그러니까 한 군데가 아니라 총체적으로 오역이 나가서 이게 좀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죠.

◇ 박재홍> 그러니까 사실은 전혀 했던 말이 아닌데, 자막상으로는 일본에 대해서 싫어한다는 발언이 나왔던 거네요.

◆ 김경주> 그렇죠.

◇ 박재홍> 문제가 됐던 방송이 ‘이케가미 아키라의 긴급 스페셜’ 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 김경주> 이 프로그램은 일본의 골든타임, 그러니까 프라임타임이라고 하죠. 저녁 9시 전후에 대대적으로 방송되고 있는 인기프로그램입니다. 모든 어려운 뉴스, 국제뉴스, 국내 뉴스를 다 포함해서 알기 쉽게 해석을 해 주는 그런 정보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좀 우려스러운 것은 특히 일본의 방송매체 같은 경우에 ‘한국이 반일국가다’, ‘한국사람들의 반일감정이 너무 지나치다’라는 부분을 굉장히 호도를 해왔거든요. 어떻게 생각하면 그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를 해왔던 건데요. 이번에 이케가미 아키라의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식의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분위기가 정말 이런 골든타임의 간판 프로그램에게까지 확산이 된 결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그런 배경과 흐름에서 봤을 때 이번 자막오역이 의도적이었다고 보시는 건가요?

◆ 김경주> 글쎄요. 어느 정도는 의도적이었다고 봅니다. 그것이 상당히 악의에 찬 의도라기 보다는 ‘대충해도 된다.’, ‘한국에 대한 반한감정은 강조해도 무방하다’ 이런 식의 분위기 속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반일감정, 그리고 일본이 갖고 있는 반한감정을 이용하면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의 방송 제작도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김경주> 네. 그리고 실질적으로 상당히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어떻든 간에 방송뿐만 아니라 일본의 출판업계에서는 혐한장르라는 게 이미 형성이 되어 있을 정도고요. 그래서 눈에 거슬릴 만한 제목을 달아서 베스트셀러 순위를 계속해서 유지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 ‘아직까지 참 갈 길이 멀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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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방송 들으면서 분노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책 중에 눈에 거슬리는 제목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를테면 어떤 제목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김경주> 유명한 걸로는 ‘악한론(惡韓論)’, 그러니까 한국은 악이라는 거죠. 그런 식의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데요. ‘치한론(恥韓論)’, 부끄러운 한국이라는 내용도 있고요. 그중에 좀 심한 것은 ‘살한론(殺韓論)’, 한국을 죽여라는 식의 책도 나오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출판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면 정말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건 어느 정도 자체 검열을 강화해야 되지 않냐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죠.

◇ 박재홍> 그런 내용 자체를 일본 출판계는 허락을 하는 겁니까?

◆ 김경주> 그렇죠. 그게 팔리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금 일본 출판업계가 상당히 불황이거든요. 모든 매스컴도 마찬가지입니다. TV도 시청률이 떨어지고 신문도 판매부수가 떨어지고 잡지도 다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혐한이나 반한감정을 강조한 것들은 상당히 잘 판매된다는 게 중론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앞 다퉈 일종의 혐한 비즈니스가 완전히 형성이 된 거죠.

◇ 박재홍> 출판계뿐만 아니라 방송계도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요. 이번에 문제가 된 후지TV만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전체적인 일본TV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까?

◆ 김경주> 후지TV라고 하면 후지산케이 그룹이죠. 그래서 산케이 신문이라고 하면 상당히 극우적인 색채가 짙어서 원래 한국 비판을 많이 합니다마는. 그러나 저는 이번 문제가 후지TV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하면 반일 국가’라는 식으로 규정을 하고 보도를 해서 시청률을 얻어내는 분위기가 깔린 상황에서, 그야말로 우연치 않게 이번에는 후지TV 편성에서 나타났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이케가미 아키라’라는 인물도 굉장히 일본 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것 같네요? 일본에서는 어떤 사람인가요?

◆ 김경주> 글쎄요, 우리나라 사람으로 치면 손석희 씨 정도? 손석희 앵커 정도의 지명도는 충분히 있는 사람이죠. 그 인기를 등에 업고 2년 전인가요? 동경 도지사 선거에도 나갈 뻔했던, 그 정도의 지명도와 인기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 박재홍> 굉장히 일본 내에서는 신뢰를 받는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에 조작된 방송이 더욱 우려가 되네요.

◆ 김경주> 네. 그렇죠.

◇ 박재홍> 그러면 일본 내 반응은 어떤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까?

◆ 김경주>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문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시청자에게 충분한 오해를 살 수 있는 해석이 나간다는 것이 상당히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나마 일본 인터넷 등을 통해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비판이 한일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정보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의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 아쉽다는 부분입니다.

◇ 박재홍> 그런 부분이 더 우려가 된다는 말씀이고요. 그러면 미디어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일본 국민 여론 사이에서도 이런 반한, 혐한 루머들이 떠돌고 있습니까?

◆ 김경주> 인터넷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죠. 상당히 과격한 커뮤니티도 많이 있고 그런 사이트도 많이 있는데요. 놀라운 것은 고등학생간의 교환학생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일본에 와서 홈스테이를 어느 정도 하고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인데요. 그런데 요즘은 내가 홈스테이를 받겠다고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일본인 가정이 상당히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서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여러 가지로 한일관계에 숙제가 많아 보이네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 김경주>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일본 도카이대의 김경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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