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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베 측근 학자 "침략·식민지배는 사실…사죄는 정치판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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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정치 분리한 화법…사죄 빠진 전후 70년 담화 옹호하나

연합뉴스

기타오카 신이치 학장이 올해 4월 10일 도쿄에서 강연하는 모습(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외교·안보 정책에 관해 조언해 온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학 학장이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사죄의 뜻을 표명할지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선택에 달린 별개의 문제라며 전후 70년 담화에 굳이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타오카 학장은 30일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식민지 지배도 사실 관계로서 틀림이 없다. 세계의 식민지 지배를 상대적으로 보면 그 가혹한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어떻게 보더라도 침략에 해당하는 것은 만주사변이다. 일본은 만주사변을 거쳐 북만주까지 모두 지배하고 만주국이라는 괴뢰 국가를 만들었다. 이것을 부정하는 역사학자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타오카 학장은 "침략에는 명확한 정의가 있다. 사전적으로 말하면 타국의 의사에 반해 군대를 보내 사람을 살상하고, 재산을 탈취하고, 중요한 지휘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이같은 견해가)'적에게 소금을 보내는(적을 돕는) 행위'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반대다. 가령 '일본은 침략 등을 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세계의 누구로부터도 지지받지 못할 것이다"며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러 나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침략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타오카 학장은 그럼에도 아베 총리가 침략이나 식민지배에 관해 사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죄는 상대에게 하는 것으로 대개 외교적 행위다. 따라서 한 나라의 총리가 사죄한다는 것은 미묘한 정치적 판단을 동반한다. 덧붙여서 일본에서 평가가 높은 독일의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대통령이 패전 40년을 계기로 한 연설에도 사죄의 표현은 없다"고 주장했다.

기타오카 학장은 자신이 앞서 아베 총리가 침략을 인정하기 바란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침략했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정도를 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발언이다. 반드시 '총리 담화 안에 써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이 과거에 대한 책임을 마주할 때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던 일반 국민, 어린이였던 사람, 그 뒤에 태어난 사람이 져야 할 책임이 각기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나는 전후 50년과 70년의 표현방식이 다소 달라지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타오카 학장은 자신이 좌장대리를 맡은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관련 총리 자문 기구의 역할에 관해 "우리가 어떤 보고를 올리는지와 총리가 최종적으로 어떤 담화를 내는지는 별개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학술적 논의와 정치행위를 굳이 구분한 기타오카 학장의 이 같은 발언은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관해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사죄하지 않더라도 이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과거에 눈 감은 자는 현재도 보지 못한다'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등에 대한 침묵을 비판해 독일의 양심이라고 불린 바이츠제커 대통령의 사례를 침략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아베 총리에게 적용하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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