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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 전에 없었고 다시 없을 김강우의 연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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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헤럴드 리뷰스타=전윤희 기자] 이런 연산군은 없었고, 또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처럼 영화, 드라마 등 소재로 자주 사용되는 연산군 이야기지만 김강우의 연산군은 달랐다. 광기에 휩싸여 폭군이 된 계기부터 ‘미쳤다’고 생각될 정도의 연기력까지. 김강우의 연산군.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간신’은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했던 희대의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 작품. 광기 어린 연산군과 희대의 간신 임숭재(주지훈 분)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높은 수위의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야하지 않았어요? 20대 초반 여성들 반응이 궁금해요. 더한 게 많았는데 편집이 많이 됐죠. 여체에 물감 칠해서 그리고 그런 건 ‘그럴 법 할 것 같다’는 감독님 생각이 있었고, 서로 감독님이랑 사진 자료 문자로 많이 보냈는데 그 중 하나였어요. 행위예술 하는 그림들 보면 긴 머리에 물감 묻혀서 그림 그리고…. 걱정인 게 연산군이 하는 행위들이 과잉된 허구라고 생각하실까봐 걱정이에요”

“대부분 다 있는 사실에다 상상한 거고 오히려 덜 한 것도 많아요. 당시 현실에서 더한 것도 많았죠. 궁 안에서 말 교미하는 거 보고 있고…. 우리는 거기다 그림만 덧붙이고 사냥에 풀어서 영의정 좌의정 사이를 막 뛰어다니고 말도 종자 개량을 위해 좋은 말끼리 붙여놓고 한 번 사냥 나갈 때 성 주변에 있는 민가들 다 비우고 나중에 다 헐어버리고 다 사냥터로 만들고…. 그 정도의 사람이었으니까요”

“이해는 안 갔어요.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하는 의문은 지금도 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연산군이 극한까지 간 이유는 정신적 결함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 때문에 트라우마가 시작된 게 아니라 그건 하나의 도구일 뿐이고 태어나면서 성격적인 결합이 있지 않냐에서 시작했죠. 붉은 점 같은 것도 태생적 콤플렉스라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이 표현되어야 이 사람의 행위들이 조금은 이해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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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의 연산군은 어머니 폐비윤씨의 죽음으로 폭군이 됐다는 기존의 해석들과 약간 다르다. 폭군이 된 출발점이 연산군의 정신적 결함이 아니냐는 것. 김강우는 자신만의 연산군을 위해 두문불출하며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안 할 수가 없는 상태를 만들었어요. ‘너에게 처음 주는거다’라고 하시는데…(웃음). 사극을 안 해봤는데 사극을 한다면, 왕을 한다면 우리가 봐왔던 뻔한 인자하고 근엄한 왕 보다 연산군을 한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막바지였는데 시나리오를 받아서 대사도 안 외우고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예 모르겠어서 이미지를 잡으려고 했어요. 보통 준비하듯 가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이 사람이 원래 삶의 패턴이 그랬으니까요. 새벽 3~4시에 신하들 호출해서 술 마시고 시 쓰고 울고 춤추고… 갑자기 밤에 사냥 나가고 패턴이 정해져있지 않으니까 ‘그 패턴대로 있어볼까?’ 살도 찌워야하고 더 하얗게 만들어야하고 그냥 날 가둬 본거죠. 뭐가 나오나”

“즉석으로 먹을 음식만 가지고 레지던스 같은 곳으로 갔어요. 궁지로 몰아넣으려고 했죠. 책이랑 자료, 술 종류별로 막걸리, 청주, 맥주, 와인 등도 챙기고. 그냥 술 먹고 싶을 때 술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시계 없이 햇빛 없이 그렇게 지냈어요. 미치겠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산군은 초상화 자체가 없고 그냥 기록만 남아 있어요.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크고 병약해 보이고… 왕 같지 않아요. 눈은 충혈 돼 있고 얼굴에 종기가 떠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죠. 그래서 이미지를 잡는 게 힘들었어요.5일 째 되는 날 뭐가 안 떠올라서 술도 많이 마시고 그러다가 생각난 게 결론은 ‘그 시대 누가 살아봤어? 아무도 모르는 거 아냐? 내가 밀고가면 되는 거지’라는 결론이 나오고 편했어요. 일사천리로 잡았고 톤도 정했고 조율이 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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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닥을 잡아나가기 시작했으나 그 후에도 쉽지만은 않았다. 광기어린 연산군의 목소리 톤을 잡는 것조차.

“톤 잡는 것도 힘들었어요. 첫 촬영이 말 교미 보는… 나체로 태양 아래 누워있는 그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생각했던 것보다 톤을 더 높게 갔어요. 운평들이 오고 최절정의 순간이기 때문에 하이톤으로 갔어요. 감독님도 오케이했고 숭재(주지훈 분)나 따로 있을 때 톤은 중저음으로 가고 목소리로 이미지를 만들어냈어요.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죠”

“이런 게 재밌어요. 어떻게 보면 실존 인물이고 부담감은 엄청 크죠. 내 연기로 인해 그 인물이 미화될 수도 있고 왜곡될 수도 있고 선타기를 잘해야 해요. 책도 여러 가지잖아요. 지지하는 신하들이 꾸민 이야기라는 책도 있는 반면 더 못됐다는 의견도 있고…. 다 절충하는 거죠. 이 사람이 아무리 못돼도 연민을 느끼게. 이유가 있고 과정이 있고 결과가 생긴 거니까요. 그런 연민을 더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죠”

김강우는 그야말로 ‘미친 연기력’으로 광기에 휩싸인 연산군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그동안 봤던 김강우가 맞냐고 생각될 정도.

“만족은 못해요. 영화보고 많이 아쉬웠어요. 평생 두 번 못할 캐릭터니까. 실존인물이고 당분간 왕은 못할 것 같아요. 그냥 아쉬워요.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양하게 표현을 했으면 했는데. 그건 개인적인 아쉬움이고. 영화가 연산이 아니라 ‘간신’이니까요(웃음)”

“매 신들이 그러니까 긴장하면서 굉장히 세야하고 어느 강도로 표현해야하나 선을 잡아 줘야하나 쉽지 않았어요. 그냥 준비할 때부터 그 선을 어떻게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감독님과 계속 조율했죠. 이야기 나누고. 현장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안했어요. 다 맞춰놓고 나가지 않으면 이런 캐릭터는 현장에서 얘기하고 약간 시간이 지체되면 에너지가 너무 빼앗기니까요. 하루에 가진 에너지를 그냥 온전히 다 주고 와야 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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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에너지가 부족해서 힘이 뚝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 예산도 많지 않았고 회차도 부족했고 다 예민했어요. 오히려 집중을 딱 해주는 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거죠. 그래도 여자배우들한테 미안해요. 개인적으로 살갑게 못해줘서…. 원래 잘 안하는데 전무했죠(웃음). 동료배우로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후배들이니까 편하게 해줘야하는데 여기서는 일부러 더 안 했어요.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함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거든요. 오히려 어려운 게 낫지 않을까했죠. 이제 잘해주려고요. 그런데 별로 개의치 않은 것 같아요. 본인들도 힘드니까(웃음)”

김강우는 혹시나 센 영화 ‘간신’이 불편하게 다가갈까 걱정했다. 물론 수위가 세긴 세지만 연산군이 왜 그렇게 살았어야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담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다.

“여성들이 불쾌해 할까봐 걱정이에요. 호불호가 개인취향에 따라 나뉠 것 같아요. 되게 세게 보는 사람은 세게 보고 아닌 사람은 생각보다? 이러실 것 같아요. 다른 뉘앙스 다른 주제로 읽는 사람도 많고. 이런 기대를 하고 왔다가 저런 영화를 보고 나오는 느낌도 많을 거고 이랬는데 더 좋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역사적으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보여드린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민규동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남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조선시대에 있었던 각종 여성에 대한 만행 아닌 만행들이 묻혀있던 여성의 입장에서 대변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저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끝은 어디인가 현시대와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요. 그 당시 권모술수, 권력에 대한 욕망 지금도 똑같은 것 같지 않나요?”

(사진=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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