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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IF] [if 닥터] 애플 로고는 앨런 튜링의 독이 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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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한 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의 애플 로고는 누구나 안다. 이 로고를 정확하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미국 UCLA 심리학과의 앨런 카스텔 교수 연구진이 최근 '계간 실험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1%에 그친다.

연구진은 대학생 85명에게 애플 로고를 그려보라고 했다. 놀랍게도 로고를 정확히 그린 학생은 단 한 명이었다. 다음에는 베어 문 위치나 잎의 방향을 달리한 사과 로고 12개를 제시했다. 여기서도 47%만 진짜 애플 로고를 선택했다. 카스텔 교수는 "눈앞에 정답이 있어도 찾지 못한 것은 수만 번도 더 지나간 사무실 복도에 있는 소화기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즉 '보는 것'과 '인지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다.

이 실험이 알려지자 새삼 애플 로고가 화제가 됐다. 세상에 가장 많이 알려진 얘기는 애플 창업자들이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자살한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을 기리기 위해 한 입 베어 문 사과 모양 로고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튜링은 2차대전 당시 컴퓨터의 원조 격인 계산기를 발명해 독일군 암호 체계를 풀어내고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종전 후 동성애자임이 밝혀져 화학적 거세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튜링은 청산가리가 든 사과를 베어 먹고 자살했다. 공교롭게도 다음 주엔 애플과 튜링이 각각 역사에 각인된 날이 함께 있다. 1977년 6월 5일은 최초의 실용적 개인 컴퓨터 '애플Ⅱ'가 처음 시판된 날이고, 1954년 6월 7일은 튜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다. 정말 애플의 로고는 튜링의 독사과일까.

조선일보

1976년 처음 나온 애플사의 로고(왼쪽)와 이듬해 나온 사과 모양 로고. 최초의 애플사 로고는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 인터넷 캡처


1976년 애플사의 첫 로고는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 법칙을 생각해냈다는 이야기를 묘사한 그림이다. 주변에는 작은 글씨로 '뉴턴, 낯선 상념의 바다를 영원히 홀로 떠도는 정신(Newton, A mind forever voyaging through strange seas of thought alon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애플이 처음 존경의 뜻을 보낸 사람은 튜링이 아니라 뉴턴이었던 셈이다.

사과 모양 로고는 이듬해 애플Ⅱ가 시판되면서 등장했다. 당시 무지개색 사과 로고를 디자인한 롭 자노프는 2009년 인터뷰에서 "애플 로고의 무지개색도 튜링과 같은 동성애자들의 무지개 깃발에서 따왔다는 말도 들었다"며 "하지만 로고 디자인 당시 튜링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입 베어 문 모양도 사과가 아니라 체리로 오인될까 봐 내가 생각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단색 사과 로고는 1998년부터 쓰이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1981년 기자회견에서 '왜 회사 이름이 애플이냐'는 질문에 "사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과는 사람들에게 단순함을 준다"고 말했다. 애플의 컴퓨터 상표 '매킨토시' 역시 사과의 품종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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